이종 생물 간에도 우정은 존재한다
이종 생물 간에도 우정은 존재한다
  • 김봉건
    김봉건
  • 승인 2019.01.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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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부 사이의 배우자를 흔히 반려자라 호칭한다. 평생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도 ‘반려견’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는 애견 혹은 애완견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이름이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개가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 애완견 즉,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로 개칭한 것이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10가구 가운데 적어도 3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 그만큼 관련 시장도 폭증세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 이면은 더욱 깊고 어두운 법이다. 반려동물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숫자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도 크게 증가 추세다.

근래엔 사람보다 차라리 반려견과 정서를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이러한 현상을 입증하는 잣대다. 개는 사람과 달리 어떠한 조건이나 이해관계 따위를 헤아림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다.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일수록 반려동물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유독 강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반려동물을 통해 치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며 추억을 쌓아가는 관계라면 이는 단순히 사람과 개와의 관계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말 그대로 반려동물이자 이종 생물 간에 우정을 돈독히 나누는 깊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정이라는 게 반드시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형성되는 걸까? 물론 그럴 리 만무하다.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그에 비례해 이종 생물 간의 관계를 특별한 관계라기보다 그동안 사람끼리 자주 그래왔던 것처럼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귀찮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될 땐 여지없이 내차버리는 사람들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해당 동물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데 있다. 한때 애지중지하던 녀석을 귀찮다며 죽음의 위기로 내모는 이러한 행태, 과연 괜찮은 걸까?

19일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표직 사퇴 압박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번 케어 논란은 단순히 안락사 시행 여부 등 일개인의 일탈에 모든 사회적 관심과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나 사실은 안락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인의 동물 유기에 더 관심이 집중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2017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유기시키거나 유실된 동물의 숫자가 연간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 숫자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해마다 크게 중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유기된 동물 10만여 마리 가운데 30%가량은 다른 주인에게 분양되고 있으며, 27%는 자연사, 그리고 20%는 안락사 처리된다. 해마다 4만 내지 5만 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들이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생명체를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는 것일까? 우리에게 과연 그러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일까? 귀한 생명을 멋대로 품었다가 또한 멋대로 내버리면서 우정이라는 낱말을 입에 담아도 되는 걸까?

이번 케어 논란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는 진정한 우정이 비단 사람이 아닌 사람과 동물, 즉 이종 생물 간에도 엄연히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고, 평생을 더불어 살아갈 반려동물의 입양만큼은 다른 무엇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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