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나는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 김봉건
    김봉건
  • 승인 2019.01.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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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가정법이지만, 내게 아이들처럼 방학이 주어진다니 이는 상상만으로도 괜스레 들뜬 기분이 들게 한다. 더없이 소중한 이 시간을 과연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할애하면 좋을까? 아이들 방학 기간이 보통 한 달 남짓일 테니 이에 맞춰 제법 시간이 많이 소요될 법한 일에 몰두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실행할 수 없었던 여행을 한 번 다녀오는 건 어떨까?

해외여행은 일단 뒤로 미루도록 하자. 왜냐하면 우리나라도 아직 온전히 밟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건 왠지 초등생이 중간 교육 과정을 건너뛴 채 대학 공부를 하는 것과 진배없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래, 이참에 전국 여행을 한 번 계획해보자. 그것도 그냥 차를 타고 휘익 둘러보는 의미 없는 여행이 아닌, 나의 발품을 일일이 팔아보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

전국 곳곳에 깔린 트래킹 코스를 완주해보는 건 어떨까? 서해안을 시작으로 해안가에 설치되어 있는 산책코스를 쉬엄쉬엄 걷다가 벤치에 걸터앉아 잠깐 쉬기도 하면서 조금은 느긋하게 걸어보는 건 어떨까?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쳐온 수많은 곳들을 일일이 나의 손으로 보듬고 발로 밟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흔적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패키지여행처럼 특정 코스와 시간을 정해놓고 빡빡하게 운영되는 여행이 아닌, 가다가 힘이 들면 그 자리에서 그냥 앉아 쉬거나, 더 힘이 들면 아예 머무르는 건 어떨까?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눈과 온몸으로 훑으면서 우리나라가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사전에 계획된 건 없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의 움직임은 있어야 할 것 같으니 대충 서해를 따라 남해를 거쳐 제주도에 들렀다가 동해안을 타고 올라오는 코스가 좋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철저하게 해안을 낀 트래킹 코스를 섭렵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제주도 올레길 코스다.

눈이 시리도록 짙푸르거나 알록달록한 산호 빛깔을 온전히 드러낸 바다와 지평선 사이로 오름이 둥글게 솟아있는 제주도를, 그것도 올레길 전 코스를 차례차례 밟아보는 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다. 산방산을 통과하는 코스에서는 해물라면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러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가련다. 절대로 빨리 걷지 않으련다. 누가 뭐라 해도 난 긴 호흡을 유지한 채 느릿느릿 걸을 테다.

몸이 고달프다고 신호를 보내오면 예전처럼 이를 절대로 무시하지 않고 몸의 상태에 철저히 따르련다. 쉬고 싶어하면 쉬어주고, 자고 싶어하면 자면 돼지, 남는 건 온통 시간인데 무엇이 걱정이랴. 해안가를 걸을 땐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하여 파는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도 맛볼 테다. 싱싱한 멍게, 해삼, 소라 따위를 입에 넣고 한 입 슬쩍 깨물면 왠지 살점이 톡 터지면서 특유의 제주바다내음이 온몸으로 퍼질 것 같다.

그래, 이거다. 시간이 부족하여 거의 뛰다시피 걸었던 예전의 여행 방식이 아닌, 마음과 몸이 원하는 그대로 따르련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왠지 안부를 묻고 싶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살고 있느냐며 반갑게 말을 걸고 싶다. 내게 만약 방학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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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2019-01-15 13:54:59 (223.39.***.***)
나에게도 휴식이 주어진다면
님에 발자국을
밟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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