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눈꽃축제, 지금은 나아졌을까?
설악산눈꽃축제, 지금은 나아졌을까?
  • 김봉건
    김봉건
  • 승인 2019.01.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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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아니 10년도 더 되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아무튼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 이렇게 각기 승용차를 이용하여 설악산을 찾은 일이 있었다. 설악산눈꽃축제를 즐길 요량이었다. 새벽같이 서둘렀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교통정체에 시달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속초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었다.

허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설악산에 도착하려면 여전히 수 킬로미터가 남아있었는데,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 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좀체 움직임이 없었다. 한 시간에 20미터쯤 가면 성공이었다. 진입로는 한 군데에 불과한데 눈꽃축제를 찾는 이들과 순수 설악산 관광객들이 한데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야기했던 듯싶다.

차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여기까지 온 거리와 시간이 아까워 그냥 끝까지 머물러있기로 작정했다. 시간은 훌쩍 지나 점심시간이 다 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축제장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아한 게 막상 축제장에 도착하고 보니 현장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많던 차량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튼 완전히 진이 빠지고 녹초가 된 상태였으나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아이들을 즐겁게 해야 하고, 우리 또한 재밌게 놀다 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일단 기운을 내기로 했다. 축제장에는 큰 얼음조각 몇 개가 광장에 덜렁 세워져있는 형태였다. 그게 전부였다. 부대시설도, 추위를 녹일 만한 공간도, 아무 것도 없었다.

이게 무슨 축제인가 싶었다. 그냥 얼음조각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는 게 전부라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애초 이곳에 발을 디딜 생각조차 않았을 테다. 아이들도 몇 차례 주변에서 뛰어놀기는 했으나, 금방 싫증을 느끼는 듯싶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무 단순했으니 말이다. 허무했다.

어쨌든 식사도 해야 했으니 일단 이곳을 뜨기로 작정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도로 옆으로 논에 물을 댄 뒤 얼음을 얼려 만들어놓은 간이얼음썰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 하니 이곳에서 노는 게 오히려 더 재미있을 듯싶어 승용차를 세운 뒤 썰매장으로 향했다. 입장료를 내고 썰매를 빌려 아이들과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땀이 배일만큼 말이다.

지금 돌이켜봐도 설악산눈꽃축제의 기억은 뭐 하나 남은 게 없다. 아니 있기는 하다. 극심한 차량정체로 인한 고생 말이다. 오히려 이곳 얼음썰매장의 기억이 더 많다. 세월이 제법 흘렀으니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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