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세상](3)카카오 카풀이 주는 시사점, 두 번째 이야기
[미래 모빌리티 세상](3)카카오 카풀이 주는 시사점, 두 번째 이야기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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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에도 유일한 답은 없었다. 우리는 늘 또 다른, 더 나은 대안을 찾는다"

오늘 아침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택시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대체 어떻게 다녔을까?' 새벽에 열이 올라서 병원에 가야되거나, 아침에 눈을 뜨니 8시 50분일 때. 그럴 때 우리는 대부분 택시를 떠올린다. 택시는 분명 신속하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완벽한 답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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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ft의 전신인 짐라이드의 창업자 로건 그린
Lyft의 전신인 짐라이드의 창업자 로건 그린

로건 그린은 리프트(Lyft)라는 앱으로 우버(정확히 말하면 우버X)와 경쟁한다. 서비스를 최소화 하고 이동수단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우버X와 달리, 리프트는 카풀 운전자를 믿지 못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친근한 서비스와 소통을 강조해서 운영한다. 분홍색 콧수염을 달고 나타나, 이용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는 내내 대화를 유도하는 리프트는 우리가 여전히 서비스로서의 교통수단, 택시 이용에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택시를 타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 따지고 보면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경험으로 인해, 택시를 타야할 때 주로 모바일 배차 시스템(카카오택시, 티맵택시)을 통해 이용하게 됐다.

몇년 전 최고 한파라고 하는 겨울의 어떤 밤이었다. 매정하게 나를 지나치는 택시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던 경험, 콜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했다가 더이상 콜영업을 하지 않는데 왜 전화했냐는 (아마도 전직원의) 차가운 목소리에 ‘죄송합니다. 잘 몰라서요’ 라는 말을 겨우 하고 전화를 끊었던 경험, 겨우 택시에 탄 후 행선지를 말하자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쫓겨나듯 내린 경험. 이런 경험들은 말 한마디 없이 텍스트와 버튼으로 현위치에서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는 모바일 배차 시스템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덧붙여 같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억울하게 새치기 당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모바일 배차 시스템이 택시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편리하게 도와준 것은 맞지만 완벽하게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택시' 한 가지이며 내 경로를 보고 콜에 응하지 않는 택시는 여전히 많았다. 바로 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한 가지 밖에 없다는 점이 이용자로서는 꽤 불편한 부분이다. 지난달 20일(카풀반대 파업이 있었다)에 카풀서비스업체들은 무료서비스를 제공했고 이용자들의 카풀 요청이 평소보다 급상승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는 라이드셰어링 '그랩'은 말그대로 선택사항이 다양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한 후 카풀, 택시, 바이크, 운송(배달)시스템 중 원하는 수단을 선택하면 된다. 나의 지인은 카풀보다 택시를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를 선택했다. 외국인으로서 '바가지 요금'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경로를 검색했을 때 표시된 요금으로 최종 결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배차된 차의 운전자도 최대한 빨리가는 것이 이득이다. 이 부분 역시 기술로 인해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택시가 외면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용자로서는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지자 선뜻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랩의 CEO인 탄(Anthony Tan)은 여성들이 택시를 이용하며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시키고자 지금의 회사를 구상했다. 또한 진입시장에서 신뢰감을 얻기 위해 라이드셰어링 플랫폼은 택시의 경쟁자가 아니라 공존하는 파트너 관계라고 말하며 오랜시간 드라이버들을 설득하고 사업을 시작했고 결국 아시아 8개국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모빌리티 플랫폼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를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있는 택시 기사들이나 범죄에 대한 우려가 깊은 이용자들은 아직도 불안해한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과연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불안감과 함께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창의적인 시도들이 대중의 불안감으로 외면당했는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산업들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장되었는가(자동차의 등장은 마부라는 직업을 사라지게 했다).

현재 카카오 카풀이 등장하며 이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굉장히 큰 것으로 나타난다. 기존 산업의 붕괴 같은 것도 예상하고 있고, 이용자입장에서는 범죄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초반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다. 마치 무인택시가 기사 없이 탑승하는 것에 불안감을 가지기 때문에 모니터와 운전석 탑승자를 배치해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현재의 방식으로 만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과도기를 거치든 서비스는 확장되고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시스템통합(공학박사)
콜롬비아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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