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의 등산 재구성] (7)왜 설악산이 국립공원 제1호가 되지 않았을까요?
[김진덕의 등산 재구성] (7)왜 설악산이 국립공원 제1호가 되지 않았을까요?
  • 김진덕 칼럼니스트
    김진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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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금강산과 비견되는 설악산이 왜 제1호가 되지 않았을까를 어쩌다 궁금해 한 적 있을 것이다.

6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개발'이었다. 한편 설악산은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동시에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하였다.  박정희 스스로도 설악산은 휴양을 위해 3번 이상이나 찾았지만, 지리산은 개발의 의도로 두어번 헬기 시찰을 한 것에 불과한 걸로 보인다. 그런데도 지리산이 선정된  주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1998년 펴낸 "국립공원 30년사"에는, 국립공원 선정 당시 활약했던 인물들의 회고담이 들어 있다. 그 중에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가 된 내력'이 눈길을 끈다.

김의원(1931년생)은 1967년  공원법을 만들 당시 주무과인 국토계획국의 김의원 국토계획과장직을 맡아서 최전선에서 활약을 했다. 그만큼 그의 회고록은 신뢰성이 있을 것이다.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되었고, 그해가 끝나기 전에 최초의 국립공원을 지정하기로 하였다.

공원법에는 국립공원 지정의 첫째 요건으로 '우리나라의 풍경을 대표할 수려한 자연경관지'였다.

설악산에는 비록 명승고적은 덜하지만,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어 당시 으뜸으로 꼽혔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서는 사전조사를 해야 하는데, 설악산은 수복지구여서 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므로 조사가 불가능했다. 설사 강행을 한다 해도 조사활동이 전혀 불가능했다. 6.25 동란때 작전상 매장했던 포탄과 대인지뢰밭이 도처에 깔려 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특수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입장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당시 국립공원 선정에 관여했던 이들이 첫손으로 꼽은 곳은 우리의 짐작대로 설악산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군사정권시절 건설부가 국방부를 이길 순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으로 지리산이 선정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지리산은 그해 여름 사전조사를 거쳐  9월에 '지리산 국립공원 기본조사보고서'가 발간되었고, 12월 29일 새해를 며칠 앞두고 제1호로 선정되었다. 설악산은 1970년 '지뢰 제거^^'를 끝내고 국립공원이 되었다.

지리산은 동시에 우종수로 대표되는 구례군민의 전폭적인 활동이 있었다는 건 거듭 거론되어야 한다.

우종수에 의하면, 1963년 당시 8만의 구례군의 가구수는 12000이었는데, 극빈가구 2000을 빼고, 전 가구가 10원씩 각출하여 서울로 상경해서 쿠데타로 경황이 없던 정부에 청원을 했다. 1966년에는 20원씩 성금을 모아 20만원으로 다시 국립공원 지정 운동을 벌였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기릴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한국에서 최초의 시민 환경운동의 영광은, 최초의 '승리'의 기억은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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