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겸재 정선을 책으로 낸 손형우 작가 인터뷰
[작가 인터뷰]겸재 정선을 책으로 낸 손형우 작가 인터뷰
  • 정욱진 기자
    정욱진 기자
  • 승인 2018.12.20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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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미학과 미적시선」을 출간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겸재 정선 연구를 내셨는데요, 두 권의 책이 서로 관련이 있나요? 그 동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동양미학과 미적시선」은 현대 문화예술을 우리의 전통적이고 풍성한 미적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숨겨진 이야기이며, 동양의 고전미학으로 바라보는 현대예술에 관한 재해석입니다.

겸재 정선연구는 유교적 가치관이라는 한정된 시각으로 평가된 전통적 한국미술을 현대인의 입장에서 재조명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정리해 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양미학과 미적시선」은 과거의 눈으로 현대문화예술을 조망해보자는 것이고, 겸재 정선연구는 현대의 시선으로 과거의 예술을 조망해 보자는 것이지요.

- 아! 둘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과거와 현재’라는 이름으로 보면 서로 어울리는군요. ‘과거’ 중에서 특히 겸재 정선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조선시대 활동한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 화가로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선후기의 사회문화적 격변기를 활동무대로 한 겸재 정선은 다이내믹한 인생을 산 다양한 정신세계를 가진 위대한 화가입니다. 창작자이며 예술가이고, 고고한 학식을 갖췄는가 하면, 생활을 위해 그림을 팔기도 했던,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인물이지요. 연구할수록 재미있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 겸재 정선이라고 하면 산수화를 잘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지 않아요? 산수화를 빼고는 잘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겸재 하면 진경산수가 떠오르지요. 진경산수화는 우리 산천을 한국적인 미감으로 표현한 독창적인 산수화 기법이지요. 특히 정선의 그림은 우리의 미감을 담아냈다 해서 많은 이들에 의해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의 삶과 예술세계가 마치 진경산수만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 그러면 이번에 출간된 겸재 정선 연구는 진경산수화와 다른 측면이 많이 부각되었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정적인 산수화와는 달리 활동적이며 호탕하기까지 한 겸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친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밤중에 찾아가서 친구의 방문 짝을 화폭 삼아 산수화를 그리기도 했지요. 겸재는 가을철 절강에 파도가 거세게 치는 모습을 그렸고, 그것을 본 주인(조영석)은 시를 지어 그림 위에 썼다고 합니다. 참으로 호기로운 예술가에 두터운 우정의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그림이 얼마나 좋았는지 주인이 고을 수령으로 가 있는 동안에 방문을 떼어 훔쳐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호탕한 성격과 변화무쌍한 화풍을 진경산수화라는 이름으로 한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 그러면 겸재의 화풍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당시의 권력가 김조순이 “겸재 정선의 필법은 모두 스스로 깨친 것이고, 필묵은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다.”라고 하였지요. 옛날 그림을 구해서 필법을 연구하고, 특히 중국의 거장인 예운림, 미남궁, 동화정 등의 화법을 배운데다, 부단히 노력하고 연구해서 고유한 화풍을 일구어 낸 거지요.

또 겸재의 작품은 고요한 것 같으면서도 변화가 많아요. 그래서 오세창 선생은 “겸재가 주역을 좋아한다는 것을 들었는데, 역리를 잘 풀이하였다. 역리를 풀이한다는 것은 변화에 능통하다는 것이니, 겸재의 화법이 주역의 원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닌가!”라고 했어요. 그 외에도 겸재 정선화풍에 다양한 요인이 작동한 것을 알 수 있어요.

- 겸재는 몰락한 양반으로 도화서의 화가를 지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사실 도화서의 화가(화원)였다는 말은 확실하지 않아요. 김조순이 “자신의 고조부 충헌공(김창집)에게 먹고 살길을 묻는 겸재에게 도화서에 들어가기를 권하였다.”고 한 대목이 유일한 근거지요. 겸재는 유순하고 온화하며 신의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노론과 소론을 망라하여 두루 교류하면서 벼슬도 하고 경제적 후원도 얻곤 했지요. 충헌공의 말도 도화서에 들어가고 싶으면 화가로 일하게 해주겠다는 것이지, 꼭 도화서 화가가 되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겸재는 학문에도 밝았고, 특히 대학과 중용에 능통하고, 말년에는 주역』을 좋아해서 깊이 연구했다고 해요. 그런 그가 문인화가라면 몰라도, 도화원에 취직해서 전업화가가 되는 것은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을 겁니다.

- 정선은 주변 사람들과 잘 사귀며 잘 산줄 알았는데,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불후의 명작을 많이 남은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누가 뭐라고 해도 그의 예술세계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겸재 정선의 다양한 작품, 그리고 그와 교류했던 문인들의 기록을 살피면서, 겸재의 다양한 삶과 예술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천대받는 삶에 굴하지 않고, 끝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다양한 미적시선과 통합적 예술세계를 실현했다는 거지요.

겸재의 역동적인 삶과 예술세계는 오늘의 우리에게 새로운 미적시선과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에서 다양성과 개방성・융합성의 전형이 묻어납니다. 그런 이유로 겸재 정선을 진경산수화가로만 이해하는 것은 너무도 단편적이며 아쉬운 고찰입니다. 겸재는 기존의 우리의 시선보다 훨씬 다채롭고 다양한 삶을 살았고, 오늘날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 가능한 예술가이며 위대한 화가입니다.

- 겸재 정선 연구를 출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과 어려웠던 부분을 말씀해주세요.

다른 인물연구도 그렇지만, 특히 겸재 정선에 대한 연구는, 남겨진 작품들을 실제로 확인하면서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개 사설기관에 소장된 비공개 작품들인데, 아쉽게도 작품에 대한 정보 제한이 많습니다. 작품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합니다.

- 겸재의 그림은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데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요?

겸재의 작품들은 대부분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그 외에 고려대학교 박물관과 서울대학교 박물관, 개인 소장자가 있지요. 각 기관의 상설전시장에서 일부 작품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수장고 안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겸재 정선 작품 관람을 원하시는 분은, 해당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겸재 정선의 전시 일정을 문의하시면,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책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 37점을 수록했어요.

정선이 그림 금강산 변천사. 상단의 그림 전체도이며, 하단 세 그림은 부분도이다.
왼편〈금강내산총도〉 겸재 36세, 중앙 〈풍악내산총람〉 겸재 65세 전후, 오른편〈금강전도〉겸재 70세 이후

- 평상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 요즘, 사회의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저마다 미래사회에 대해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해요. 현대사회의 불확실한 사회 환경의 변화는 아마도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식조차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연구자로서 동양철학과 동양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새삼 가지게 돼요. 그 외도 현대사회의 융합적 문화예술과 콘텐츠생산, 미술작품과 예술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동양 미학은 대체로 노자와 장자, 유가, 불교 미학 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양 미학은 사라져가는 고전 미학이 아닙니다. 오늘날의 사회 변화라는 시선으로 재해석되면, 다변화하는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숨겨진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숨겨진 고전 미학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겸재 정선연구」의 후속 연구는, 알려지지 않은 겸재 정선의 작품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폭넓게 연구하고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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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훈 2018-12-20 18:16:25 (1.229.***.***)
흥미로운 인텨뷰입니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이렇게 놓고 보니 더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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