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가정폭력 처벌 않는 국가가 가해자다"...안일한 대응이 살인 불러
여성단체 "가정폭력 처벌 않는 국가가 가해자다"...안일한 대응이 살인 불러
  • 정성남
    정성남
  • 승인 2018.10.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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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인권 고려해 가정폭력처벌법 개정해야"
전국 690개 여성단체가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합동취재본부=정성남 기자]서울 강서구 등촌동 살인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전국 690개 여성단체가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검찰·법원 등이 가정폭력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정폭력을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률상 가정폭력은 처벌이 가능한 범죄지만 가정폭력 범죄는 사실상 처벌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정폭력 신고율은 1.7%로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가정폭력 사건은 극히 일부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보호와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가정폭력 범죄자를 다른 범죄자와 다르게 형사 처벌대신 성행 ㄳ정을 위한 봏호처분을 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검찰은 가정폭력 가해자를 기소하지 않고 약 40%룰 상담이나 교육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한다면서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하는 법원 역시 약 45%에 대해 아무런 처분도 내리지 않고 보호처분을 해도 상담이나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허순임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이번 사건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가 죽어야만 폭력이 끝난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경찰은 화해를 권장하기만 할 뿐 가정폭력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15년간 가정폭력을 겪었다는 K씨는 “전 남편에 맞아 갈비뼈가 2대나 부러지고 목을 졸라 기절하는 등 심각한 폭행으로 경찰을 여러 번 불렀지만 경찰은 가해자의 말만 경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씨 “전 남편이 이혼 후 저를 ‘죽이겠다’며 한밤중에 문을 부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전 남편과 대화 후 제게 ‘아줌마가 좀 잘하세요’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K씨는 “법원 역시 상해와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에게 1심과 2심 모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려 좌절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국가가 가정폭력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법은 인권 보호보다 가정의 평화에 치우쳐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며 “협의 이혼 때 의무적으로 면담을 하는 현재의 법을 개정하고 부부상담을 권장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의 지인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L씨는 “친구가 이혼 후에도 살해 협박으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지만 ‘숨어 살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모(49)씨가 전처 이모(47)씨를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로 전처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며 주목받았다. 이 글에서 자신을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아빠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생명과 인권을 침해하는 가정폭력범죄를 좌시하는 국가가 가해자"라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관계유지를 강요하는 국가가 가해자"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부터 마련하고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을 전면 쇄신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여성단체는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도로변에서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촉구 및 사법정의 실현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 했다.

여성단체가 29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촉구 및 사법정의 실현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성단체가 29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촉구 및 사법정의 실현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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