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 번안사회
[신간서적] 번안사회
  • 신성대
    신성대
  • 승인 2018.09.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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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사회사·문화사를 이해 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

-번안물에서 한국 근대의 얼굴을 만나다

-한국 근대를 꿰뚫는 번안 문화를 그와 함께 파헤쳐 본다
번안사회 백욱인 지음 |휴머니스트|정가19,000원
번안사회
백욱인 지음 |휴머니스트|정가19,000원

해방 후 일제는 온갖 일본식 양풍의 산물을

이 땅에 남기고 돌아갔다.

곧이어 미군이 진주한 남한에서는

일제의 양풍과 새롭게 들어오는 미국풍이 공존했다.

이 땅에는 사회제도에서부터 의식주,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식민지 번안풍과

새로운 미국풍, 전통의 잔존물이 공존했다.

 

번안의 제국을 거쳐 식민지 조선에 들어온 번안물과 1960년대 산업화 시대의 번안물에서 한국 근대의 얼굴을 만나다!

1930년대 식민지와 1960년대 산업화의 현장을 오가며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근대화의 흔적을 살핀다. 식 민 지배를 겪은 한국은 서양을 직접 대면하는 대신 일본을 통해 서구의 근대 산물을 받아들였다. 해방 이후에 도 한국은 식민 잔재를 청산하기는커녕 미국의 영향 아래 그 시대를 답습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번안물들 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현상을 덕후의 입장에서 분석해온 사회학자 백욱인 교수가 번안물로 근대를 꿰뚫는다. 그는 우리가 먹고 쓰고 입고 누리고 즐기는 모든 것에 자리한 번안의 흔적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이를 통해 한국 사 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 거기에 식민성은 어떻게 깔려 있으며, 그것이 지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번안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하는 한국 근대 반복된 번안이 감춘 식민 지배의 흔적을 파헤치다

급격한 사회 변동기나 바깥으로부터의 문화가 격심하게 몰려올 때, 배경과 형태를 수용자에게 맞게 바꾸는 번안 작업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번안은 모방에서 시작되지만 그 과정이 낳는 번안물은 번안하는 주체의 사회적 배경, 환경, 특성 등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창의성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번안에번안을 거듭하는 이중 번안은 대체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채 타인의 모방물을 모방하기 마련이라 원본이 자리 잡았던 사회·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사라지게 만들거나, 정체불명의 번안물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근대화 시기에 번안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은 서양을 직접 대면하는 대신 일본을 통해 서구의 근대 산물을 받아들이고 일본이 한 번 번안한 일본식양식을 번안해야 했는데, 이 것이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과정에 차용되어 다시 한 번 번안된다. 그렇게 해서 이룬 근대화는 과연 한국 사회를 모두가 동경하고 따라잡고 싶었던 그 모습으로 바꾸어놓았을까? 과연 우리가 동경하고 따라잡고자 한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뿐만 아니라 반복된 번안의 역사는 식민지 시대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우리 일상에 식민성이 과연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현실을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우리는 식민 잔재의 청산을 말하는 동시에 식민지의 유산을 향유하는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이 번안물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국 근대를 재조명하는 한편, 거기서 무엇을 청산하고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지 살피고자 했다.

한국 사회의 일상 곳곳에 자리한 번안물들의 정체를 밝히다!

- 우리가 먹고, 쓰고, 즐기고, 누리는 그 모든 것의 기원

이 책은 1930년대 식민지와 1960년대 근대화의 현장을 오가며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번안의 흔적을 살펴 본다. 패션, 음식, 주거, 도시환경 등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시작해서 소설, 만화, 미술, 버라이어티 쇼, 음악 등의 문화·예술 장르는 물론이고 기술, 학문, 언어, 종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 번 안의 역사를 다루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중 번안이 1960년대 산업화 시대에 왜, 어떻게 그대로 반복되었으며 현재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밝히는 데 주목했다. 1960년대 학교의 조회 풍경이 1930년대 애국조회 풍경과 닮아 있는 것이나 그때마다 실시한 국기에 대한 맹세가 식민지 시대 황국 신민의 서사를 읊는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 ‘교복이나 새마을복등을 통해국민의 몸을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의 움직임이 다름 아닌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아파트단지나 고가 건설 등 근대 서울의 재편이 일본의 그것을 그대로 베껴와 진행된 것이라는 사실 등 우리가 늘 접해온 일상 영역의 번안 사례는 가볍고 흥미롭게 읽힌다. 2008년에 등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방송이 경제공황기 루스벨트 노변담화의 번안판이라는 것은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근대어, 학문, 종교 등에 남은 번안의 흔적을 확인하는 데서는 차마 책장을 가볍게 넘기기가 어렵다. 일제강점기에 “‘영어만은 꼭 배워두십시다”, “입신출세는 중학생부터 준비해야등의 광고가 만들어낸 입신출세주의가 해방 이후에도 대학 입시와 사법고시를 통해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일본을 통해 근대 학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마땅한 번역어를 만들어내지 못한 탓에 보그병신체인문병신체가 만들어졌는데도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한 현실을 지적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번안의 맥락을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방대한 자료로 확인하는 번안의 역사

판박이같이 닮아 있는 1930년대와 1960년대 풍경

일제강점기나 1960년대 산업화 시대를 각각 근대화의 측면에서 특정 주제로 조명한 책은 있었지만, 이 두시기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한국 사회를 전방위적으로 훑은 것은 백욱인 교수가 처음이다. 사회학자인 그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각 번안물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1930년대와 1960년대 평범한사람들의 일상이 어떠했는지, 더 나아가 우리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재구성하고자 했다.일상의 문화사를 살핀 만큼 이 책은 각종 대중매체에서 발췌한 사진 자료를 풍부하게 실었다.

신문이나잡지의 기사, 광고, 만문만화 등은 물론 당대 쓰이던 라디오, 달력, 미술품, 간판 사진에 이르기까지 당대 일 상을 보여주는 도판을 선별했으며, 번안의 흔적을 살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1930년대 와 1960년대 이루어진 번안의 연속성과 차이뿐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서양-일본-한국에 근대 문물이 들어와 각각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시각적으로 직접 비교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우리 고유의 것이라 생각했던 유산이 서양문물의 일본식 번안판으로 밝혀지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근대사의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 ‘번안 사회의 민낯을 대면해야만 하는 이유

세계 어디에나 번안물은 존재한다. 저자는 우리가 행한 번안이라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식민성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그것을 무신경하게 수용해온 한국 사회의 현 실을 비판하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 시기 가난과 무지로 인해 우리는 식민지의 비극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때의 과실을 따먹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시간이 흘렀고 상황도 변했지만 번안의 유산은 도처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식민 지배가 남긴 흔적을 통해 제국과 식민지 모두를 동시에 볼 수 있을 때, 타협과 투쟁이 이어지던 일상의 장소에서 그들이 섞이며 만들어낸 결과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래서 그것을 평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통이랍시고 식민 지배의 유산을 복구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번안물은 영구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지은이 백욱인은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전방위적으로 분석해온 사회학자다. 사이버스페이스, 디지털 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연구 주제로 다룬 대표적인 1세대 디지털 사회 연구자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 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인터넷 빨간책, 디지털이 세상을 바꾼다, 한국사회운동론, 정보자본주의, 디지털 데이 터·정보·지식등이 있고, 엮은 책으로는 2001 싸이버스페이스 오디쎄이, 속물과 잉여등이 있다. 연구자로서 다양한 문화 현상을 아카이브하며 연구의 자료로 삼아온 그의 이번 관심은 한국 근대 사회사·문화사를 이해 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인 번안물이다. 한국 근대를 꿰뚫는 번안 문화를 그와 함께 파헤쳐보고자 한다.

신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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