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게으르면 좀 어때서!'의 변금주 작가와의 인터뷰
[작가 인터뷰] '게으르면 좀 어때서!'의 변금주 작가와의 인터뷰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18.09.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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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는 경제신문 파이낸스투데이는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을 찾아 작가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작가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저명한 작가부터 의욕적으로 글을 쓰는 신진작가에 이르기 까지 전도유망한 작가만을 찾아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합니다. 최근 나온 "게으르면 좀 어떄서!"의 저자 변금주 작가를 만나 솔직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1. 《게으르면 좀 어때서!》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셨나요?

자라면서 저 자신이 늘 게으르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부터 급한 것 하나 없었고 늘 미루던 습관이 있었고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은 누가 말하기 전에 알아서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뿐만이 아니더라고요. 한없이 게을러 보이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예를 들자면 게임 앞에서는 정말 부지런해지고, 또 부지런한 사람이라도 관심 없는 것에는 제동이 걸리는 것을 봤어요. 그걸 보면서 사람 마음 안에 있는 게으름과 부지런함을 움직이는 그 무엇이 궁금해졌죠. 그러다가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게으름이 동기부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심리학에 기반을 둔 ‘게으름’ 책을 쓰고 싶어졌어요. 또 제가 한때 게으름뱅이라는 걸 굉장히 자책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현재 게으름 때문에 자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위로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2. 작가님 이력이 독특합니다. 서른에 퇴사하고 심리학을 공부한 게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 텐데요.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그래서 도시에서 자란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입시나 취업 같은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요. 그러다 보니 생각할 시간도 많았고 생각하는 연습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부모님이 제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면 제가 책임을 지는 선에서 믿고 봐주셨는데 그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뒤늦게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는 혼자서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하셨지, 결혼이나 미래 같은 것은 묻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십 대를 보내며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됐어요. 그 마음이 심리학이란 꿈으로 맺어졌고요. 그래서 미국으로, 또 그다음엔 영국으로 가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스무 살 때 저는 학사 경고를 받을 정도였는데 서른이 넘어서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제 돈으로 하니까 정말 알아서 열심히, 그것도 재미있게 하게 되더라고요.

3. 작가님께 게으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을 보면 ‘여유’나 ‘느림’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으름은 인생에 있어 기쁨, 행복, 슬픔, 분노 같은 요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것이요.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유나 느림이 될 수도 있고,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요소로 남을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전 그런 게으름의 다양한 모습이 참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전 제 삶 속의 게으름도 그 모습대로 좋고 또 게으르지 않는 모습도 좋아요. 어떤 모습이든 둘 다 저 자신이니까요. 하지만 이왕이면 게으름이 저와 평생 함께할 요소인 만큼 좀 다듬고 안아주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말하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잘 보듬어 이끌어주면 좋은 것으로 말이에요. 제게 게으름은 그런 의미에서 정화되지 않은 저 자신 같아요. 맞다 틀리다가 아닌 어떤 모습 중 하나인 셈이죠.

4. 게을러서 오히려 이득이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또 게을러서 손해 보았던 이야기도요.

제가 게으르다 보니까 여행 갈 때도 계획을 짜지 않고 늘 목적지에 도착해서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데요, 그래서 현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때도 많아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요. 몇 해 전에 멕시코에 아무 계획 없이 갔다가 현지인 집에 초대받기도 했어요. 계획이 없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런 특별한 이벤트가 좋은 점이죠.

물론 게을러서 손해 보는 경우도 있어요. 가게들이 세일을 하면 재빨리 가서 좋은 제품을 차지해야 하는데 게으르다 보니까 늘 늦게 가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지 못하죠.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런 게으른 성격이 오히려 과소비를 막을 수도 있겠다고 좋게 말해주기도 해요.

5. 책에 ‘동기부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는 무엇인가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동기부여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좋은 직업을 가지고 싶을 거예요. 그런 꿈에 따라 동기부여도 다르게 다가오겠죠. 저 개인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건 ‘사람’인 것 같아요. 가족, 친구, 친지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제게 가장 큰 동기부여예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로 인해 행복할 수 있고 어떤 일이 있을 때 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입니다.

6. 책을 출간하면서 엄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프롤로그에 있습니다. 엄마로서 게으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많은 엄마가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해주려고 해요.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의도와 달리 아이의 자립심을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하고요. 저는 엄마에게 게으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하나는 엄마 역할에서 작은 게으름은 엄마 스스로에게 여유를 줄 수 있어요.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면 (물론 기본적인 것은 충족해줘야 하겠지요) 엄마는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질 수가 있어요. 두 번째 의미는 엄마의 게으름으로 아이들이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가 밥 먹고 물 마시는 것까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많은 것을 하게 되죠. 이런 두 가지 의미에서 엄마에게 게으름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7.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보길 바라시나요? 또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세요?

너무 바쁘게 살아온 분들이나 게으름 때문에 자책해본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 직장 동료가 제 책을 읽고 바쁜 본인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는 말이 무척 기뻤어요.

저희는 알게 모르게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너무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목적 없이 바쁘게 살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 그중에서도 ‘나쁘다’고 인식하는 요소(게으름도 그중 하나겠지요)를 다르게 바라보고 그것을 오히려 나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데 제 책이 조금의 용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작가 변금주 소개 :

게으름 전략가. 슬로시티 ‘청송’에서 1982년에 태어났다.

될성부른 게을리언으로 등교는 조회시간 직전에 슬라이딩하기, 시험 기간에 책상 정리하기 등을 꾸준히 하며 성장했다. 그러다가 20대 초반, 예기치 못하게 하늘로 돌아간 엄마를 보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후 많은 시간 게으름에 죄책감을 느끼며 무작정 부지런하게 살아보기도 시도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다가 꿈을 찾게 된다.

서른의 나이에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싶다고 결심, 미국의 한 칼리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영국 노팅엄 대학교에서 한국인 장학금을 받아 조직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천하의 게으름뱅이도 부지런하게 열정을 쏟는다는 진실을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게으름에 대한 후회만큼이나 게으름을 찬양하는 그녀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영국에서 거주하며 <금주의 심리학> 블로그를 운영, 칼럼과 에세이를 쓰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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