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로 가치평가 적정성 논란
증권사 리포트로 가치평가 적정성 논란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18.08.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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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된 지난 2015년 대형 회계법인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증권사 리포트 수치를 인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게다가 당시 회계법인이 틀린 수치를 인용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삼정)은 지난 2015년 5월 삼성그룹 의뢰를 받아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6개 증권사(HMC투자·하이·신한금투·하나대투·유진투자·한국투자) 리포트 수치를 활용했다.

삼정이 활용한 HMC투자증권 리포트를 보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가치는 7조2000억원이다. 산출가치 9조원에 할인율 20%를 적용한 수치다. 하지만 삼정은 9조원을 그대로 반영했다. 첫 번째 오류다.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수치는 3조6800억원으로 인용됐지만 이는 장부가치(5460억원)가 고려되지 않았다. 역시 잘못된 숫자다. 삼정은 유진투자증권이 리포트에서 적용한 할인율 8%를 적용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1조8000억원가량 뻥튀기된 지분가치가 계산됐다. 당시 삼정은 6개 증권사의 평균값을 5조5920억원으로 봤다. 여기에 별도 사업부가 없는 제일모직의 바이오 부문 평가결과 약 3조원을 더했다.

안진회계법인(안진)은 최근 2개월, 최근 1개월, 최근 일의 리포트를 각각 평균을 내고, 수치 3개의 평균값을 다시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도 3조원 가까운 제일모직 바이오 부문 평가를 추가했다.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가치를 안진은 8조9360억원, 삼정은 8조5640억원으로 각각 평가했다.

◇기술격차 있는 셀트리온 시총 그대로 활용하거나 판단근거 제시 안 하기도

회계법인들이 활용한 증권사 리포트 수치는 어떤 근거로 산출됐을까. 지난 2015년 4~5월 증권사들이 발표한 제일모직 주가 전망 리포트 9개를 분석했다.

신한금투와 하나대투, 한투는 기술격차가 있는 론자(Lonza)나 셀트리온 시가총액을 그대로 활용했다. 한투와 미래에셋은 삼성바이오가 개발 중이던 바이오시밀러의 시판 성공률을 90%로 잡았다. 현대증권(현 KB증권)은 영업이익률 50%를 달성할 것으로 봤다. 판매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점유율이 30%가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리포트에 산출 근거가 없는 경우(HMC투자)도 있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를 반영한 건 키움증권 1곳 뿐이었다.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면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바이오에피스 지분 40% 정도가 사라져 산정 가치가 최소 수천억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증권사 리포트로 가치평가 적정성 논란…참여연대 "진상조사 나서야"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단순히 증권사 리포트 수치로 평균을 냈다는 것 자체도 논란이 됐다.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제기로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통상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해당 회사가 창출하는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이익 접근법', 유사기업 가치를 적용해서 하는 '시장 접근법' 등을 이용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재무제표나 사업계획서 등 평가대상 회사가 제출한 자료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소재 한 사립대학 회계학과 교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수치를 계산했다면 "단순히 증권사 리포트 수치를 이용했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시장 접근법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금융당국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후 진행된 기업가치 평가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아울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등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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