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투데이 인터뷰] 그리스인 조르바 70년 만에 원전번역 유재원 명예교수
[FN투데이 인터뷰] 그리스인 조르바 70년 만에 원전번역 유재원 명예교수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18.08.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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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초 그리스어 원전번역

-자유는 강요 받지 않아야 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의 향연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70년 만에 한국 최초로 그리스어 원전 번역한 한국외국어대학 그리스학 유재원 명예교수가 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스 투데이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70년 만에 한국 최초로 그리스어 원전 번역한 한국외국어대학 그리스학 유재원 명예교수가 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스 투데이

 

 

하지만 이건 분명히 해둡시다.

산투리를 치고 말고는 내가 기분 날 때 만이요

계산을 분명히 합시다.

만약에 내게 강요하면, 난 떠납니다.

이건 분명히 아쇼.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간이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오?”

보쇼, 자유인이란 거요

 

 

전 세계 독자가 선택한 현대의 고전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문학과지성사)70년만에 한국 최초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1946년 세상에 빛을 보며 그리스어로 발표된 <그리스인 조르바>1975년 한국에 처음 소개 되었으며, 1981년 이윤기의 번역본이 가장 널리 읽혀졌다. 그러나 이 책들은 영역본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었고, 그동안 그리스어-프랑스어-영어-한국어로 삼중판을 거친 책들로 출간 되었다. 하지만 그리스어 전공자로서 기존에 나온 번역본의 문제점을 실감하고 원본을 정확하게 알리는 원전을 번역하게 된 국내 유일의 그리스학과를 만든 장본인 유재원 한국외국어대학 그리스어학과 명예교수를 지난 3일 그의 아현동 연구실에서 <파이낸스 투데이>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유재원 교수의 첫 인상은 수수하고 친근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넉넉함과 친절함이 배여 있었다. 자유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조르바 처럼 그의 말과 몸짓은 청년의 열정으로 가득 찬 듯 했다. 그리스어의 불모지와 같은 이 땅에서 남다른 그리스어 사랑으로 <한국-그리스협회, 한국 그리스학 연구소, 카잔자키스의 친구들>등의 모임을 운영하며, 그리스 문화와 그리스어를 이 사회에 전파하고 있다. 이런 유재원 교수의 천진한 열정과 학문의 솔직함을 담은 번역본 <그리스인 조르바>와 오랫동안 함께한 유재원 교수와의 만남은 옛 친구를 만나듯 편안했고 자유로웠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하게 된 소회를 듣고 싶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품을 새로 번역하려고 마음먹은 까닭은 나와 작품의 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평생 그리스학을 전공한 언어학자로서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국적에 관계없이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켜온 이 명작을 원전번역으로 더 정확하게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책에는 자유가 무엇이냐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작품속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한마디로 자유의 찬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조르바를 통해 완벽한 자유를 추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번역했다.

 

그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작품 속에 말하는 강요받지 않은 자유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자유, 여기서 돈을 준다고 강요하면 그 자유는 끝장이 나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라는 것은 철저하게 강요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말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힌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깊은 영성적 고찰에서 나온 심오한 사상과 예민한 감각에서 나온 섬세한 감수성, 그리고 반복되는 탈고로 다듬어진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자유의 절정을 말한다.

 

작품에서 라는 사람은 왜 조르바에게 매력을 느꼈을까?

조르바가 보기에는 아직도 세속적인 가치에 매달리는 는 앞뒤를 안 가리고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메뚜기같이 이기적이고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시장바닥의 인간들이고, 니체가 말한 밑바닥 인간을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다. 반면 조르바는 니체가 생각해내고 주장했던 삶을, 그리고 가 늘 꿈꿔왔지만 결국은 실천하지 못했던 삶을 그냥 살고 있다. 조국이니 구원이니 하는 사회의 관습과 미덕을 모두 버리고, 새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살았다. 조르바는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 영원한 자유인이다.

맨 처음 책에 나오는 내용은 그루. 그루라는 사람은 득도한 자이고 수도승들이 쫓아 다니면서 배우는 스승이다. 그루는 수도승에게 마당을 쓸게 하고 그다음에 물 길러 오고 설거지 시키고 그래서 몸으로 터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를 시키면서 본인이 깨달을 때 까지 도와주는 그다. 결국 본인이 깨달아야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런 스승의 역할을 조르바가 하는 것이고 그 조르바 밑에서 득도 좀 해보기 위해서 쫓아다니면서 배우러 다니는 것이 여기서 인 것이다. 바로 조르바의 매력을 이렇게 봐야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문학과 지성사 70년을 기다린 원전 번역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을 다룬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장편소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유재원 옮김/ 문학과지성사.1만 3000원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마음을 움직였거나 애정하는 장면이나 대목이 있다면?

굉장히 많다. 그 중에서도 생각나는 것은

아무런 야심도 없으면서 마치 모든 야망을 다 가진 듯이 노예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살지만 그들을 사랑하면서도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실컷 먹고 마음껏 마시고 나서는 홀로 모든 유혹을 물리치는 것, 머리 위에는 별이 빛나고, 왼쪽으로는 땅,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있는 것, 그리고 속마음 깊숙이에서 인생은 끝났고, 삶의 마지막 성공은 전설이 되는 것임을 갑자기 깨닫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P214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뇌는 진흙탕에 빠진 눈먼 쥐새끼처럼 쉬고 있었다. 땅이 흔들거렸고 나는 무언가가 그걸 갉아먹으면서 내는 들릴 듯 말 듯한 갸날픈 소리와 비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싹이 트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태초에 남녀가 몸을 섞어 아이를 낳았듯이 하늘과 대지가 서로 몸을 섞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야수 같은 소리를 내며 혀로 핥아 갈증을 해소하는 바다의 소리를 엿들었다.P122. P123

문장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표현되었다조르바를 읽을 때  줄거리로 읽으려다 보니까 제대로 감상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카잔자키스는 섬세하고 아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이다남의 인생이 아닌 자기의 인생을 살면서 자기 창조의 길을 걷는 것, 조르바가 우리에게 던지는 자유로운 삶의 의미를 표현한 문장들을 음미하면서 보면 좋겠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읽고 굉장한 용기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번역 이후에 감동한 독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

아까 말을 못한 것 같은데... 독일에서 공부한 나의 그리스인 친구에게 이번에 <그리스인 조르바>의 원전번역 소식을 전했더니 정말 기뻐하고 좋아하며 이야기 하나를 해주었다. 독일에서 알던 독일남자 하나가 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 회복실에 들어갔는데 그 회복실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였다. 그리고 회복기에 있는 중환자실 회복실에서 제일 많이 대출이 되고 있는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영혼의 자서전>이라며, 그만큼 카잔자키스 책이 유난히 많이 읽힌다는 편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책이 갖는 의미와 힘이 누군가에게 그만큼 삶의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다른 번역서와 비교하면 언어의 표현이 조금은 다르게 표현이 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대가리를 머리, ’두목대장으로...?

우리말의 차이다. 그리스어는 '대가리' 와 '머리'에 뜻 차이가 없다. 단지 우리말에서만 가능하다. 예전에 이윤기 선생이 우리말로 한다고 하면서 제우스가 헤라를 부를 때 '임자' 그러면 '영감' 그러듯이, 조르바의 거친 면을 보여준다고 머리를 '대가리'로 바꾸고 있는데 그리스어에는 대가리와 머리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그건 번역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번역하는 사람이 대가리로 머리를 썼는데 나는 조르바가 대가리 같은 그런 말을 쓸 것 같지 않으니까 이렇게 쓴 거다. 두목이란 것도 얼핏 조폭 같지 않나? 하하... 그냥 대장이란 말도 충분히 있는데... 그래서 대장 쪽이 충분한 것 같아 그렇게 썼다. 그렇다고 보스란 말은 우리가 잘 안 쓰기도 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내용 중에 애정 하시는 문장에 눈먼 쥐새끼가 나오는데 눈먼 쥐새끼는 무얼 의미하는지?

카잔자키스는 어떻게 이런 구절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무얼 의미 한다기보다는 눈먼 쥐새끼는 실제적으로 두더지를 말한다. 번역을 할 때 왜 두더지이냐생각하다가 일부러 두더지보다는 눈먼 쥐새끼로 했다. 그리스어로 표현하면 두더지는 '눈먼 두더지새끼'이다. 두더지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더지의 이미지가 별로 없기때문에 고민하다가 눈먼 쥐새끼로 표현했다. 이런 대목 하나하나에 무지 신경을 쓰며 작업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강요받지 않은 자유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자유, 여기서 돈을 준다고 강요하면 그 자유는 끝장이 나는 것이다." 조르바의 '자유의 찬가'를 설파하고 있는 유재원 교수.  사진/ 파인낸스 투데이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강요받지 않은 자유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자유, 여기서 돈을 준다고 강요하면 그 자유는 끝장이 나는 것이다." 조르바의 '자유의 찬가'를 설파하고 있는 유재원 교수. 사진/ 파인낸스 투데이
 

 

카잔자키스의 묘비명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이다. 그렇다면 유재원 교수의 묘비명은 어떤 내용으로 하고 싶은가?

아 묘비명... 아 그런 거 생각하면 안 된다. 하하하

그냥 생각나는 묘비명이 하나 있다시모네 데스라는 사람이 실컷 먹고 실컷 마시고 실컷 뒹굴었는데, 오직 바라는 것은 내모는 자식이 없길..”이라고 남겼다. 하하하. 이 사람은 결혼을 한 번도 한 했다.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가. 그는 2500년전 그리스 사람이다. 그리스의 자유로운 영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랫동안 원전 번역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카잔자키스는 깊은 고찰에서 나온 심오한 사상과 예민한 감각에서 나온 섬세한 감수성, 반복되는 탈고로 다듬어진 아름다운 문장으로 독보적인 캐릭터조르바를 창조하여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오랫동안 카잔자키스의 전 작품을 연구하고 실제로 카잔자키스와 조르바의 행적을 짚어 작품 속 공간까지 살펴 등장인물의 세밀한 감정과 문화까지 다 담아냈다. 그래서 소설은 소설로 읽어 주고 차분하게 깊이 감상하면 좋겠다.

*카형은 영성적인 작가로서 인간의 구원의 문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의 문제를 다뤘다. 작품을 어렵게 쓰는 게 아니라 가장 쉽고 평범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 때문에 그냥 서둘러 읽으면 그게 안 보인다독자가 볼 때는 조르바가 덜렁덜렁해 보이지만, 절대 덜렁덜렁한 작품이 아니다. 철두철미하게 섬세하고 탄탄한 작품이다.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법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특히 자유가 주는 멋진 찬가를 배울 수 있다. 그런 점을 신경 써서 읽으면 정말 재미있게 읽으리라 확신한다.

*카형은 카잔자키스의 친구들이란 모임에서 카잔자키스를 부르는 애칭이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앞으로의 행보와 계획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하면서 함께 하고 싶은 카잔자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의 번역이다. 지금은 다른 일에 밀려 차례를 기다리지만 이거 역시 시급하게 처리해야할 숙제다. 하하하

현재 한 인터넷 포털에서 의뢰가 들어온 첫 그리스어-한국어 사전 편찬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기초 어휘 4~5천 정도의 표제어를 정리하고, 내년까지 표제어를 15천개로 늘리며, 최종적으로는 15만개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유재원 교수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의 초인의 자유 <그리스인 조르바>(문학과 지성사)를 쓴 니코스 카잔자키스를 사랑하고 그의 작품들의 원서를 읽고 번역하는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리고 또 다시 그의 작품 <영혼의 자서전>의 원전번역을 준비하고 있는 그리스학 전문가로서 사명을 다하며 '카형'으로 통하는 카잔자키스를 40년간 짝사랑한 그 오롯한 마음까지 담아 그리스인 조르바를 탄생시켰다. 70년 만에 한국최초 그리스어 원전번역이라는 반가운 소식처럼 이땅에 자유를 갈망하는 많은 영혼들에게 즐겁게 환생하기를 기대 한다.

 

 

 

신성대 기자

임정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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