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사태 때 금감원에 백기 투항했던 생보사들
자살보험금 사태 때 금감원에 백기 투항했던 생보사들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18.08.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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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생명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사태를 두고 일전을 시작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했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 때 금감원에 백기 투항했던 생보사들. 이번에는 법적으로 제대로 다퉈서 반격해보겠다는 기류가 읽힌다.

10일 금감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감원대로, 보험사들은 보험사대로 장기화할 즉시연금 사태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양측 모두 소비자 민원과 소송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한화생명은 전날(9일) 일제히 금감원의 즉시연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모두 자사가 약관을 위배하고 즉시연금을 덜 준 것인지, 금감원 권고대로 일괄 지급해야 하는지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즉시연금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1·2위 생명보험사가 금감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파장이 상당하다.

즉시연금 일괄구제를 요구했던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이 보험사들과 충돌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잘 한다는 입장이니 그쪽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일괄구제 방침을 고수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분쟁, 더 나아가 소송을 제기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소송을 통해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3년)를 중단하려면 분쟁을 신청해야 한다.

대법원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끝날 수 있다. 법원 최종심에서 소비자가 승소하더라도 소멸시효가 끝나있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금감원은 분쟁신청을 통해 소멸시효를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민원분쟁조정 신청을 방문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즉시연금 관련 코너를 만들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이사회 후 이날까지 즉시연금 관련 민원은 70여건 들어왔다.

금감원 분쟁조정 세칙에 있는 '소송지원' 규정을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비자들을 지원할 수도 있다.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으로 가도 보복은 없다고 밝힌 금감원. 그러나 정기적인 각종 검사를 활용해 보험사들을 제재할 다른 근거를 찾아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금감원이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힌 종합검사 카드 역시 금감원이 쥔 필살기다. 오는 16일 윤석헌 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구체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법적 자문 등을 토대로 소송을 치르면 승소할 만하다고 판단한다. 즉시연금 사태가 자살보험금 사태와 비슷하다고 일컬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 때는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주지 않고 버틸 법적 근거가 약했다. 우선 약관에 자살도 재해사망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으나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봤다. 다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근거로 버티다 금감원의 제재에 무릎을 꿇고 지급했었다.

그러나 즉시연금은 약관에 '사업비 등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최대 쟁점이다.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약관에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아도 사업비 등 공제는 보험의 원리이고 약관 외에 사업방법서 등 내부 자료도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판례들이 여럿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이자 보험소송 전문인 박기억 변호사는 "약관에 충분히 기재하지 않은 채로 보험사들이 공제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약관과 관련해 기존 법원의 판결들이 보수적인 편이라 보험사들도 법적으로 끌고 가야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거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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