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서비스는 왜 처음에 편하지 않을까?
일본의 서비스는 왜 처음에 편하지 않을까?
  • 백승화 칼럼리스트
    백승화 칼럼리스트
  • 승인 2018.07.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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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일본에서 약 5년간 주재를 한 경험이 있다. 일본에 발령을 받아 처음 일본생활을 할 때 일본의 스시집 등 일본 가게에 들어가면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기억이 있다.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대해 주지만, 왠지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친절한데도 편하진 않고 손님인 내가 눈치를 봐야 할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알게 된 사실을 오늘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근래 서비스 디자인이 주목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이나 그래픽을 주로 하는 디자인이었지만, 고객의 체험까지 디자인하는 것으로 발전해왔다. 개개의 물건이 아니고 고객의 체험의 흐름인 서비스도 디자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서비스에 있어서 고객과의 접점은 구입 시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접점이 종합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서비스는 소매나 음식점 같은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사업에서 고객과의 인터페이스를 가리키는 것이다. 제조업에서도 고객과의 인터페이스를 종합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여, 서비스 디자인을 피해갈 수는 없다. 위스키를 만들 때 고객이 누구에게서 혹은 무엇으로부터 그 위스키를 알게 되는지, 어떤 장면에 누구와 이야기하면서 마시는지 등을 생각하여 위스키가 만들어진다. 여기서의 고객과의 인터페이스는 광고나 마케팅일 수도 있고, 심지어 서비스 디자인으로는 제품 자체를 서비스의 한 요소로서 디자인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메이커를 파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커피 캡슐을 계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디자인되고 있는데, 이는 커피메이커는 그 서비스의 한 요소로서 디자인된 것이다.
최근 마케팅에서는 예전에 물건을 판매할 때 교환되는 가치(교환가치)가 아니라, 실제로 그 물건이 사용되고, 서비스를 체험하는 것에서 생기는 가치(사용가치 또는 문맥가치)를 중시하는 생각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생각은 '가치는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참가하여 공동 창조된다'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 디자인을 고찰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이 방법은 이른바 디자인 사고와 함께, 커스터머 저니맵(customer journey map:고객여정지도) 및 터치포인트(touch point) 등의 고유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터치 포인트란 고객으로서 서비스와 접점을 구성하는 물리적인 물건 또는 상호행위이다. 서비스 디자인에서는 수많은 터치포인트를 연결하여, 고객의 체험을 하나의 여정(journey)으로 파악한다. 여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커스터머 저니맵(customer journey map)이라는 도구(tool)가 이용된다. 이 맵에서는 모든 터치포인트와 그들간의 관계가 매핑(mapping: 대응관계표시)되고, 고객 체험이 흐름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일본형 서비스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데에는 서비스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 방법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특유의 이론적, 방법론적 시각이 필요하다. ‘일본형 서비스’란 일본의 자연, 문화, 역사, 생활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고품질 서비스다. 서비스는 그 자체의 기능(컨텐츠:content)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제공되는 장소와 생산자와 소비자가 암묵적으로 공유지식(컨텍스트:context)을 배경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이와 같은 서비스 생산 방법은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생산하여 제공하는 실리콘밸리형 서비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형 서비스는 장기간에 걸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 의해 서비스가 형성되고 그것이 취사선택된 결과, 고도로 구조화된 하이컨텍스트 서비스라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스시집에서는 주인이 손님을 테스트하고, 손님은 (자기 실력 이상으로) 약간 발돋움해서 서비스에 참가한다. 이 과정을 통해 손님은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 가능성을 얻는다. 경험이 풍부한 고객은 그 테스트를 간단히 통과하여 주인에게 압력을 가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의 주고 받음이 기묘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메뉴표를 내놓지 않고 가격을 알리지 않는 것은 하나의 디자인 선택 결과이다. 즉,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 상태로 자리에 앉는 직후에 ‘마실 것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그 디자인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무엇인가의 부족함을 남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시집에서는 고객이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감각과 동시에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감각을 얻는 것이 된다. 거기에서 고객은 보다 더 경험을 쌓도록 자극을 받는다. 고객이 경험을 쌓아 스시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주인도 자신의 일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일본형 서비스에는 디자인 특성이 있다. 스시집에서 제공되는 스시, 요리사의 몸놀림, 그 분위기는 어떤 종류의 예술성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토의 요리집에서 일본의 전통적 실내 장식, 그릇, 요리와 같은 것도 날카로운 미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할 때 이런 의미로 디자인 특성이 이야기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일본형 디자인에서도 새로운 서비스 디자인의 방향성을 이끌어낸다.
그 하나는 서비스에서의 고객과 제공자의 통합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서비스 자체가 고도로 디자인되고 있다.
디자인되는 서비스의 내용 자체도 제공자에 따라서는 고객에게 도전하는 것이 되고, 고객을 시험하는 것이 된다. 고객과 통합되는 것은 그런 디자인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또 통합의 관계가 아니면, 이런 디자인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 문화에, 서비스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스시집을 가서는 불편함을 느끼고 뭔가를 소외당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사회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없이는 쉽게 한국인으로서는 쉽게 적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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