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씨가 되는 법이지, 말하는 대로 그 후의 이야기(칼럼09)
말은 씨가 되는 법이지, 말하는 대로 그 후의 이야기(칼럼09)
  • 황순유 칼럼리스트
    황순유 칼럼리스트
  • 승인 2018.06.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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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독박 육아에 지친 아내!」

그 사이에서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에 기죽은 남자들이 뒤엉켜 살고 있는 세상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없고 모두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여자인 게 억울해요? 엄마인 게 억울해요?”

21세기의 며느리는 20세기 며느리와 다르게 살고 싶다. 21세기 엄마는 20세기 엄마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

아이와 함께 꿈꾸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아이와 독립된 나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21세기의 이상한 나라는 꿈과 희망의 세계이기를….

아이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아이의 행복을 심지 않은 부모도 없다. 잘될 거다, 잘될 거다…라고 주문처럼 흘리는 말들이 씨앗이 되어 행복의 뿌리를 내리려면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를 웃게 하고 꿈꾸게 하는 보통 엄마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10회 연재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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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말은 씨가 되는 법이지. 말하는 대로, 그 후의 이야기

 

램프의 거인이 내게 물었다. “세 가지 소원을 말하시오.” 나는 생각했다. 착한 도깨비가 베푼 모처럼의 친절에 ‘당신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그 방망이를 달라’고 하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동화 속의 주인공과,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소시지만 잔뜩 먹게 된 어리석은 부부의 이야기를…. 하여 나는 지혜롭게도 “얼마간의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여행스케치 3집 <세 가지 소원> 中)

2014년의 12월 31일. 생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 대신 방송국 사람들에게 물었다. “2015년에 꼭 바라는 거 있어?” 아주 가벼운 질문이었으나 질문을 받은 동료들은 다소 진지하고도 반짝이는 눈빛으로 조곤조곤 소망을 얘기했다. 리포터 시절 송년이면 여기저기 타종 행사에 인터뷰하러 다녔는데 그때보다 훨씬 건질 만한 대답이 많았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소망에 따라 웨딩플래너도 되었다가 심리상담가도 되었다가 나중엔 삼신할머니도 되는 묘한 경험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킷 표지가 노란색이었던 여행스케치의 3집 앨범 <세 가지 소원>의 내레이션이 계속 맴돌았다. ‘램프의 거인이 내게 물었다’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의 독백부터 이어지는 노래들과 소원 하나, 소원 둘, 소원 셋.

20년 전 여행스케치 3집의 프롤로그 독백부터 앨범의 끝까지 줄줄 외우고 있던 나는 다시 앨범 전체를 들으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중 ‘소원 셋’에 등장하는 택시 기사 아저씨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웠다. 그 속엔 내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인생이 담겨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지금껏 살아온 것만큼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한계이자 최선이었다고.’

어떤 이의 소원은 웃음보가 터질 만큼 설레고 재밌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소망에는 두 손 모아 함께 기도해주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램프의 거인이 된 것 같은 기분. 꽤 설렜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화장대 서랍을 정리하려다 몇 년 치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나의 지난 다이어리 내용을 읽느라 시간이 훌쩍 흘렀다. 2014년 12월 마지막 날의 내 생뚱맞은 질문에 진지하게 답했던 그들의 소망을 다시 읽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남자 1은 이렇게 말했다. “내 옆의 그녀가 나를 떠나지 않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좋겠어요. 1년만 더.” 결국 그와 그녀는 다음 해 결혼했다.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던 남자 2는 정확히 1년 후 멋진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자 3의 소망은 이랬다. “건강하게 살면서 더 즐겁게 노래하고 싶어.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어.” 그는 지금도 즐겁게 노래하며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선다. 심지어 너무 건강한 나머지 불혹이 넘은 나이에 키가 해마다 1cm씩 자라고 있단다. 남자 4는 나의 엉뚱한 질문에 웃기만 했다. 그는 여전히 내 말에 잘 웃어준다.

이후 여자 1, 여자 2, 여자 3의 소망도 딱딱 이루어졌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소원은 말한 것까지만 이뤄졌다. 그리하여 나는 소원을 빌 때 엄청 길고도 구체적으로 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대부분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내가 기대하는 만큼, 내가 노력하는 만큼. 그래서 우리는 나의 자리, 나의 위치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잘될 거라는 긍정의 주문을 외워야 한다.

필자소개

황순유 

경인방송 FM90.7mhz ‘황순유의 해피타임907’ DJ 

KAA(한국아나운서아카데미) 강사

더 퓨어 컴퍼니 대표, 20년 경력의 프리랜서 진행자.

저서)황순유(2018),《77년생 엄마 황순유》, 도서출판씽크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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