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블로그시(Blog Poetry) 창작대회 수상작 : 담쟁이2
제 2회 블로그시(Blog Poetry) 창작대회 수상작 : 담쟁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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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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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2  

                         

                           신성대 

 

햇살이 담벼락을 쓰다듬는 아침
그 햇살 속으로
묵묵히 길을 나서는
담쟁이 줄기가
푸르게 생을 살기 위해
마른 담벼락에 여린 손을 뻗는다

한 틈 한 틈 단단한 벽을 옮길 때
자신이 가는 길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포기하거나 멈출 수 없기에
여린 갈퀴에 온 힘을 모아
마른 벽을 하나하나 더듬어 오른다

때론 두렵고 외롭고 불안한 길
누구의 관심조차 부담스러운 초라한 길
그럼에도 정말 가보고 싶은 길
용기의 손을 뻗은 그날 이후
자신의 길을 궁금해 하며
호기심으로 따라나선
잎과 줄기들이 생겨났다

잎이 잎을 부르고
잎이 잎을 응원하며 하나의 줄기가 되고
점점 용기를 내는 수가 늘어 단단히 엉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버팀목이 되는 담쟁이 숲이 되어간다

여전히
햇살이 담벼락을 쓰다듬는 아침
그 햇살 속으로
숲이 되어버린 담쟁이 틈 사이
묵묵히 길을 가는 담쟁이는
자신의 푸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마른 담벼락을 향해
갈퀴 달린 여린 손을 뻗는다.
 

 

시평: 

어쩌면 인생은 담쟁이처럼 끊임없이 마른 담벼락을 오르는 일이다. 그것도 물 한 모금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생이 온몸이 마르게 갈증 나는 절대 절명의 치열한 삶을 견뎌내는 담쟁이 같은 인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가 더 마음에 가는 것은 사막 같은 삶에 오아시스 같은 희망을 던져 주기 때문이다.

길가는 담벼락에 푸르게 넘실되는 담쟁이 숲을 보면 ‘와-’ 하고 아름답게만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모든 자연이 마찬 가지지만 처음부터 푸르고 아름답지는 않다. <담쟁이2> 이 시 1연 1행 “햇살이 쓰다듬는 아침”은 따뜻한 격려로 토닥이는 연한 차향처럼 기분 좋게 포문을 여는 장치가 된다. 그러면서 1연과 5연에 두 번 반복되는 “햇살 속으로 묵묵히 길을 나서는”이란 대목이 시선의 중심으로 눈에 들어온다. 햇살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고 아침을 눈뜨게 하는 빛이고 인간이 살아야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세상은 끊임없는 도전이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도화지 같은 담벼락이다. 그 속에서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2연과 3연과 4연은 처음에는 여린 갈퀴가 초라하고 두렵고 흔들리는 삶의 난관을 표현했다면, 시어가 흘러갈수록 혼자가 아닌 여럿이 어깨를 나누는 “잎이 잎을 부르고 잎이 잎을 응원하는” 끈끈한 용기가 시를 단단히 잡아둔다. 전체적으로 담쟁이의 성장 걸음을 쫓아가는 삶의 과정이 좋다.

그래서 한낮의 달달 볶이는 햇빛과 비와 바람을 서로 견뎌내어 삶의 정점에 오르고 화려한 박수를 받아도 결국은 시루에 흔들림 없이 “갈퀴달린 여린 손을 뻗는다”는 겸손한 삶과 그 첫 마음을 다지는 희망의 메시지가 잘 담겨 있는 시다. 시는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특히 감동, 용기, 위안, 희망이 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위 시는 파이낸스투데이와 메이벅스가 공동주최한 "제2회 블로그시 창작대회" 대상 수상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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