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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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해룡
    오해룡
  • 승인 2018.05.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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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Blog Poetry 창작대상 수상작

빈집 

 

고즈넉한 골목길 세 번째 집 마당에

계절의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누가 살았을까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의 흔적

정갈한 사람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

마당 가득 꽃 잔디가 붉은색 얼굴을 내밀고

노란 민들레가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문 쪽만을 바라보며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온몸이 갈라진 매화나무

한 아름 꽃을 안고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뜨락에서 부엌으로 사랑채에서 안채로

영원히 살 것처럼

쓸고 닦고 노래하며 춤을 추었던 그 날은

기억의 깊고 깊은 곳에 묻혀버렸습니다.

꿋꿋이 겨울을 이겨낸

바람벽과 사랑채가

따스한 바람에 스르르 잠이 들고

이제는 버틸 힘을 잃은

기와 조각이 떨어졌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가려 주었던 바깥문

세월의 무게에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덩굴장미가

담장 틈을 비집고 골목 밖으로

연녹색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4월이 시작되었는데

집 안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겨울이

안방 문을 열고 나와 말을 합니다.

이 집엔 맑은 영혼의 사람이 살았답니다.

 

작가 : 오 해 룡 (amsegp)

 

위 시는 메이벅스 주최, 파이낸스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국내 최초의 Blog-Poetry 대회 수상작입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창작 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블로그-시 창작대회 등을 개최하여 작가들의 등단의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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