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원래의 나를 잃지 않는 것
결혼이란 원래의 나를 잃지 않는 것
  • 황순유 칼럼리스트
    황순유 칼럼리스트
  • 승인 2018.05.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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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독박 육아에 지친 아내!」

그 사이에서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에 기죽은 남자들이 뒤엉켜 살고 있는 세상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없고 모두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여자인 게 억울해요? 엄마인 게 억울해요?”

21세기의 며느리는 20세기 며느리와 다르게 살고 싶다. 21세기 엄마는 20세기 엄마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

아이와 함께 꿈꾸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아이와 독립된 나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21세기의 이상한 나라는 꿈과 희망의 세계이기를….

아이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아이의 행복을 심지 않은 부모도 없다. 잘될 거다, 잘될 거다…라고 주문처럼 흘리는 말들이 씨앗이 되어 행복의 뿌리를 내리려면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를 웃게 하고 꿈꾸게 하는 보통 엄마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10회 연재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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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하나가 되는 것이 부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하나와 하나가 만나 셋이 되었다. 아이가 셋이 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원래의 나, 원래의 너, 그리고 너와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하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부부들처럼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주도권 싸움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원래의 나와 원래의 너를 터치하지 말자는 약속이 암암리에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원래의 너를 인정해줘야 원래의 나를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원래의 나는 노는 걸 좋아한다. 물론 친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노는 성격이기 때문에, 나를 모르던 이들은 학교 끝나면 통학 버스 타고 집에 가는 모범생으로만 알고 있었다. 조용히 왔다가 사라지는 아이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 가서 놀았다. 그렇다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놀이는 아니다. 쇼핑하거나 영화를 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등 나만의 놀이에 빠져 살았다. 지금도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고, 쿵쾅쿵쾅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곳은 질색이다.

원래의 나는 멀티태스크가 가능하다. 아마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화면만 보지 못하고 빨래를 개거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동시에 한다. 요리할 때도 두세 가지 메뉴를 한꺼번에 시작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정된 시간을 짜임새 있게 쓰기 위해 생존 능력이 터득되었나 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나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서 해야 할 일을 먼저, 마음이 편한 일과 몸이 편한 일 중에서는 마음이 편한 일을 먼저 선택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모임과 시댁 행사가 겹쳤을 때 1순위는 집안일. 힘들지만 먼저 해야 마음이 편한 일이다. 하고 나면 후련하고 행복해진다. 그것이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다. 방송 일도 그렇다. 해야 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겹쳤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우선 처리한다. 그것도 아주 잘 해낸다. 그래야 내가 더 당당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의 나는 착하지는 않다. 물론 아직도 뚜렷한 정답은 없다. ‘착하다 또는 착하지 않다’라는 기준이 뭘까? 보통 심성이 곱고 마음이 여린 사람을 착하다고 하는 듯하다. 그 기준에서 보면 사실 착하지 않았다고 기록하기엔 억울한 면이 있다. 다만 나이가 들기 전까지는 내가 겪지 않은 일들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도 잘 울지 않았다. 남의 얘기를 들으며 언젠가 내가 겪을 일이라는 걸 안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공감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기도 한다. 착하지 않은 내가 조금 착한 나로 서서히 변하는 걸 보면.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노는 것을 즐긴다. 어릴 때부터 나만의 방을 갖고 싶었다. 옷과 화장품도 혼자만 쓰고 싶었다.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자라면서 나의 독립된 공간이나 생활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습관처럼 말한다. 말 한마디 안 하고, 외롭게 하루만 보내고 싶다고…. 하지만 외롭기에는 집에서 일터에서 동네방네에서 나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 행복한 비명이다.

필자소개

황순유 

경인방송 FM90.7mhz ‘황순유의 해피타임907’ DJ 

KAA(한국아나운서아카데미) 강사

더 퓨어 컴퍼니 대표, 20년 경력의 프리랜서 진행자.

저서)황순유(2018),《77년생 엄마 황순유》, 도서출판씽크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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