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성품 (1) 공동체를 움직이는 건 사람, 사람을 움직이는 건 인성
바른 성품 (1) 공동체를 움직이는 건 사람, 사람을 움직이는 건 인성
  • 이성조 칼럼리스트
    이성조 칼럼리스트
  • 승인 2018.02.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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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회사가 원하는 인재와 개인이 원하는 회사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흔하다. 그 중에서도 회사가 직원에 기대하는 가치를 갖추지 못한 직원, 회사가 요구하는 성품을 갖추지 못한 직원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직장인을 괴롭히는 문제와 고민은 거의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이 바로 차이를 조정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성공의 핵심은 성품과 직무, 인간관계의 균형을 잡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조직을 이끌어가고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인사관리를 치열하게 고민한 연구자의 시각을 정리한 사례로 검사와 실증연구를 통해 경험한 내용을 칼럼으로 10회 연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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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가 길고 튼튼하면 한쪽 팔은 짧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남보다 시력이 훨씬 좋으니까 한쪽 귀는 잘 안 들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 작은 것 하나 때문에 전체가 엉망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우리 몸 전체가 균형을 이룰 때만이 순조로운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은 어떨까?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에도 다양한 특질이 존재한다. 팔과 다리와 머리와 눈·코·입의 역할과 기능이 각기 다른 것처럼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구성하는 특질도 그 역할이 구분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성격을 구성하는 여러 특질 중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다. 팔 한쪽이든 귀 하나든 무엇도 버릴 수 없듯이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다양한 인성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사람의 인성 또한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뭉뚱그려보면 외형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내면을 지녔든 그것을 구성하는 특질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꾸준히 운동하고 신체를 단련하면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노력으로 누구나 내면의 조화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반대로, 인성의 균형과 향상을 이루지 못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 사람도 흔하다. 성공했지만 공정성을 잃어버린 사업가, 비선 실세에 의지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리더십을 잃어버린 대통령, 정의와 명분이 아닌 사람에 충성한 관료들이 그 예다.

근본 문제는 균형 잡힌 인성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내면의 조화를 이룰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 기회를 놓쳤다면 성인이 되어서라도 노력해야 한다. “장점에 집중하라”는 말은 적어도 내면과 인성 차원에서는 틀린 말이다. 내면의 편식은 소화불량과 성장 부진을 가져올 뿐임을 잊지 말자.

중학교 때 같은 반에 허리가 굽은 아이가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공부 잘하고 인기도 좋은 부잣집 아이와 그를 따르는 ‘똘마니’들 짓이었다. 그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꼽추’라고 불리며 무시당했고, 다양한 학급 행사에서도 따돌림을 당했다. 그 아이와 친해지려는 아이도, 괴롭히는 아이들을 말리는 아이도 없었다. 나 역시 그랬다.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내가 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반 아이들의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보다 못해 제지하려다 단념하고 말았다. 반 친구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 손해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굳이 왜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내 혀를 붙잡고 내 손발을 묶어버렸다.

그날 내가 느낀 감정과 감각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기억해서인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벼운 현기증이 나곤 한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인성까지 훌륭한 건 아닌데, 값비싼 옷을 입고 인기가 있다고 해서 인성까지 좋을 리는 없는데 그 시절의 나는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잘하고 겉모습이 멀쩡하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뒤늦게 이런 부끄러운 고백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서 개인의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어서다.

그날의 기억으로 조직과 공동체를 돌아가게 하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그들의 인성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는 사람과 조직과 사건을 표면적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나쁜 행동,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혐오하는 대신 그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난 요소들 뒤에 숨은 개인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고, 자신의 자질과 인성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집중하여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업무 수행능력과 성과에 단선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기체적인 조직, 건강하게 살아있는 회사, 어떤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역경을 헤치고 도전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필자소개

이성조

현) ㈜에이에이치알코리아 대표컨설턴트

현) ㈜한국인재개발연구소 공동대표이사

저서) 이성조(2018),《바른 성품》, 도서출판사이다(씽크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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