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6) 할 수 있다는 희망
[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6) 할 수 있다는 희망
  • 신성대 칼럼니스트/작가
  • 승인 2018.02.12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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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어디 갈 곳도 없고

무엇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 자신은 말할 수 없이

초라하고 나약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마음에 길이 보이고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은 또 다른 길을 내기 마련이다

 

- 신성대의 <손바닥 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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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날 교회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릴 때의 일이다

 처음오신분이 몇 분 계셨는데 그 중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

책상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한분이 계셨다.

예배를 마치고 예배 중에 고개를 숙이던 한 어르신께 말을 건넸다.

그 분은 올해 나이 66세로 이름은 박석호 어르신

지금은 시흥에서 작은 월세 방에서 혼자 살고 계시고

예전에 직업은 86년까지 소위 잘 나가는 건축 공무원 생활을 하셨고

공무원하실 때 현장소장을 맡아 역사에 남을 만한 건물들도

제법 지었을 정도로 잘 나가던 분이셨다

그때 당시 그 건물 준공식 때 일한 노고의 표시로

머릿돌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있다고 무용담처럼 들려주셨다.

하지만 정확한 사정은 말해 주지 않았지만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억울하게 직장을 그만 두시게 되었고

이후에 받은 퇴직금으로 자신의 사업을 벌였지만

IMF 때 부도를 맞으셔서 지금까지 쌓은 모든 게 무너지고

 거기다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을 하지 못하고

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와 이혼의 아픔을 겪게 되고

그 와중에 하나뿐인 아들도 공대를 다니다가 중도에 자퇴를 하고

그 길로 방황을 하다가 노숙인의 삶을 살게 되었고

결국 그의 가정도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은 지인들을 통해 아들 소식을 들을 뿐 서로 연락도 못하고 사는

그런 아픈 가정사를 지닌 힘없는 슬픈 가장이 되고 말았다

"모든 게 다 내가 못난 탓이지 뭐..."

하시며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말을 잇지 못 했고

고개 들어 천정을 응시하며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옆에 있던 내 마음도 묵직해졌고 그 분의 삶의 무게가 참 무거워 보였다

한참을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얘기를 나누는데,

그의 눈빛에서 선함과 따스함이 느껴져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서 일까

세월의 안쓰러운 흔적과 아이 같은 순진함이 엿보이기에

왠지 모를 연민에 나도 모르게 덥석 그 분의 손을 잡았다

"어르신 그동안 참 힘들게 사셨네요? " 그의 손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의 손에 온기가 느껴져서 일까

그를 위해기도 해주고 싶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선생님을 위해 기도한번 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하자

그 분은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그리고 기도가 다 끝난 후

그분의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이슬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깊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맞잡은 손을 꼭 잡고 내게 말했다

"그래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를 겁니다

사실은 저 내일 부터 일 나갑니다

그리고 꼭 힘내서 일어설 겁니다"

다시 생각이 정리가 된 듯 이내 밝은 표정을 보이시며

예전에 좋은 관계를 가졌었던 몇몇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

마침 다음날 출근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는 자신보다 한참 젊은 내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전했다

돌아가는 길에 약간 기웃거리는 불완전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꼭 일어설 겁니다”라는 희망 섞인 그의 말과 그의 삶의 안쓰러움이 교차했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진 그분의 걸음이 더욱 씩씩해 보였다.

앞으로 그분이 삶이 어떨지는 잘 모른다

그렇다고 대단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는 감히 장담도 못한다

하지만

그가 뭔가를 시작했고 그 시작으로 인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그 희망 말은 내 마음에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필자소개 

신성대

작가/ 칼럼니스트 

저서 : '별을따라가는 것과 산을 오르는 것' 

       '땅끝에서 피는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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