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내실 지원은 없고 실적쌓기만 수두룩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내실 지원은 없고 실적쌓기만 수두룩
  • 이서진 기자
    이서진 기자
  • 승인 2018.02.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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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파이낸스투데이] 최근 수년 간 정부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다는 방침을 세우고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왔다. 초기 창업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섭외해 멘토링을 지원해 왔으며 때로는 추가 지원금을 연결 해 주기도 하는 등 초기 창업기업이 필요한 제반 지원을 해 온게 사실이다.

지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예산 증액은 물론, 망할 것을 걱정하지 말고 맘껏 창업하라는 주문을 하며 창업을 독려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정부의 창업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이 느끼는 정서는 많이 다르다.

한번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기관의 창업 지원금을 받아본 스타트업들은 "다시는 정부로 부터 지원금을 받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라고 토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유인 즉슨, 초기 기업에게 지원되는 금액에 비해 제출해야 될 서류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서류 꾸미다 보면 사업을 못한다.…지원하는 거냐? 방해하는 거냐?  

뛰어난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기 위해 팀을 꾸린 스타트업 A, 대학 선·후배가 아이템과 미래 성장성을 보고 의기투합해서 시작해서 역경을 뚫고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매출도 꽤 나오고 업체들과도 소통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 이천만원의 자금과 멘토링은 물론 사무실까지 제공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정부지원금 신청했다. 스타트업A는 서류심사와 PT심사 등 까다로운 경쟁을 통과하면서 2016년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딱 거기 까지였다. 

정부에서 준다는 지원금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곳에  바로 바로 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목별로 구비해야 될 서류들이 너무나 많고 복잡했다. 

 예를 들어 자재구입을 하려고 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를 꾸미는 데만 며칠밤을 새야 했다. 홍보비를 쓰려고 하면 홍보업체 견적서는 물론, 경쟁업체의 비교견적서, 업체의 수행 능력을 증빙하는 자료등 너무나도 많은 서류가 필요했다. 글자라도 한글자 틀리거나 날짜라도 틀리는 경우에는 반려되어 한참을 기다려서 다시 서류를 내야 했다.   

 경험이 없다보니 서류를 내도 반려되기 일쑤였고 급기야는 계약 기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지원금 신청조차 제대로 못한 경우도 있었다. 천만원 남짓 되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처음 보는 서류들인 ‘비교견적서’ ‘업무진행보고서’ 등의 서류 작성은 기본이고 각종 항목별로 경비 지급을 증빙하라는 서류만 해도 기본 네 다섯가지가 넘었다. 서류 꾸미다 사업을 못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렇게 창업 지원금 내주는 데 서류가 많고 복잡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스타트업에게 확실히 서류를 받아놓아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아니겠냐라고 주장한다.  

‘초짜’ 지원한다며 문서 형식을 꼼꼼히 체크하는 정부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에 따르면 업무진행보고서 등에 최신 트렌드에 맞춘 생소한 영역의 업무를 포함하라는 간섭도 있었으며, 각종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업에 쏟을 역량을 오히려 지원금 받는 절차에 쏟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경험이 많지 않은 소수의 인원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기획 부터 마케팅, 총무 및 영업까지 전부 다 적은 인원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여기다가 복잡한 서류작업에 각종 행사에 끌려다니다 보면 정작 본연의 업은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떤 서류는 사업 내용을 과도할 정도로 세밀하게 기록해야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서류작업을 하는 인원을 새로 뽑을 필요성도 느낄 정도였다고 한 스타트업 대표는 토로했다.

최근에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 부분에서도 정부 지원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의 지원 사업이 있기는 하다. 사무공간을 지원해 주고 초기 지원금도 주는 소위 말하는 엑셀러레이터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서류는 줄지만 각종 행사와 PT참석 등의 무리한 요구는 마찬가지이다. 심지어는 초기 스타트업의 어려운 재정 상태를 악용하여 최소의 지원금과 공간을 주고 지분의 10%이상을 달라는 곳도 있어 스타트업의 눈물을 빼고 있다.

창업혁신센터와 각 비즈니스센터등의 스타트업 생업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의 취지는 좋지만, 이러한 지원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서 스타트업이 성장하여 글로벌한 기업으로 키우려고 한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 한번 다시 생각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에 집중을 해 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죠" 라고 말하면서 "그 첫번째 스텝이 서류 작업을 간편하게 해 주는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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