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스타트업 벤처 기업만의 전유물 아니다
린 스타트업 벤처 기업만의 전유물 아니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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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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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스투데이=중소기업&소상공인 전문지]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GM과 포드(Ford) 등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을 위협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자 미국의 경영학자들은 도요타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도요타의 생산시스템(TPS: Toyota Productivity System)은 인력과 설비, 재고 등 각 자원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생산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지속적으로 품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따라서 MIT의 제임스 워맥(James Womack) 교수 등 여러 경영학자들은 도요타의 생산시스템을 미국의 기업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제조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도 적용할 수 있는 린(Lean) 경영을 고안하였다.

이러한 린 경영을 통하여 생산과 유통, 마케팅 등 여러 기업 활동에서 불필요한 요인을 제거하여 낭비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전파되고 델(Dell) 등 린 경영을 통하여 성공한 기업이 등장하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린 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도요타로부터 타격을 입은 포드의 CEO 앨런 멀럴리(Alan Mulally) 역시 부임 이후 이전 직장이었던 보잉(Boeing)에서 큰 성공을 거둔 린 경영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였다.

린 경영이 등장 초반과 달리 현재는 그 열기가 다소 시든 것이 사실이나 최근 전세계의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린 경영에 기반한 새로운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린 경영의 주요 원칙을 벤처 기업의 경영 전략으로 재해석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은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등 세계 각지에서 벤처 기업을 창업하기 위하여 알아야 할 필수적인 전략으로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일반 기업과 공공 기관 등 여러 분야에서도 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린 스타트업은 실제 벤처 기업을 창업한 에릭 리스(Eric Ries)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하여 새롭게 고안한 경영 전략이다.그는 이 전략을 통하여 인원과 자본이 제한적인 벤처 기업들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반복적인 학습으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린 경영의 원칙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린 스타트업이라 이름 지었다. 린 스타트업에서는 완전한 제품을 출시하느라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가진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신속하게 만들어 고객들의 평가를 받아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보완하거나, 혹은 사업의 방향을 조기에 전환(Pivot)함으로써 실패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린 스타트업의 발상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신속하게 제품을 선보여 피드백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성능을 개선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다른 전략에서도 유사하게 제시되었다. 디자인 컨설팅 기업 이데오(IDEO)는 좋은 아이디어와 제품은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통하여 더욱 완벽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원칙 아래, 새로운 아이디어를 여러 구성원들의 검증을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디자인 전략(Design thinking)을 제시하고 있다.또한 1990년대에 등장하여 기존의 폭포수(Waterfall) 방법론을 대신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전략으로 자리잡은 애자일(Agile) 방법론 역시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배포하고 이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더욱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린 스타트업은 이들 전략과 더불어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와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 및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등 여러 경영학자들의 혁신 이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은 기업의 구체적인 혁신 추진 전략, 특히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벤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린 스타트업을 통하여 드롭박스(Drop Box) 등 여러 벤처 기업들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린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소비자 가전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와 항공기 등 다양한 제품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제어 및 성능 강화가 한층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기 위하여 하드웨어까지 완전히 바꾸어야 했던 이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기능을 추가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추세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오픈소스(Open source)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다양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활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3,000개의 IT 기업 중 약 75%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며, 2016년에는 이 비율이 9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다.

비단 소프트웨어뿐만이 아니라 하드웨어도 부담 없이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Arduino)가 업계의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3D 프린터의 기술 개발 및 보급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테크샵(Tech shop) 등 개인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도 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벤처 기업들이 린 스타트업의 개념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IT 자원의 보편화 역시 린 스타트업의 확산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기존에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하여 비싼 비용을 들여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필요한 IT 자원을 모두 구입할 수 밖에 없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네트워크 등 IT 인프라의 고도화 및 빠른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기존과 동일하거나 혹은 더욱 좋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광고를 위한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였지만 오늘날에는 구글 및 페이스북 등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하여 새로운 고객을 빠르게 유치하고 마케팅 효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벤처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린 스타트업의 부상에 큰 역할을 하였다. 특정 산업에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창업 트렌드가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IT와 헬스케어, 바이오 등 여러 분야가 어우러진 융복합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벤처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제품의 출현 가능성과 더불어 실패의 위험도 더욱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벤처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많은 투자자 및 벤처캐피탈 기업들이 소수의 벤처 기업에게 큰 금액을 투자하기 보다는 이를 세분화하여 다수의 기업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 론 콘웨이(Ron Conway)는 다수의 기업에 소규모의 금액을 투자하는 ‘Spray and Pray’ 투자 전략을 통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벤처캐피탈리스트 폴 그래함(Paul Graham)이 2005년 설립한 대표적인 벤처 기업 육성 기관 Y-Combinator는 각 기업 당 2만 달러 내외로 수십 개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하여 실패의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소수의 기업으로부터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특히 수익 창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엔젤 투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적은 자본으로 시장에 빠르게 접근하여 고객의 잠재된 수요를 파악함으로써 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린 스타트업의 주장은 많은 창업자와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실리콘밸리 특유의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역시 이러한 린 스타트업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벤처 기업의 요람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모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실패를 수용하고 이를 통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뿌리내릴 수 있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의 많은 벤처 기업들은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강조하는 린 스타트업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린 경영의 핵심은 바로 문제의 해답을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구하는 것이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창시자인 오노 다이치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입견 없이 생산 현장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5번 되물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모든 사안에 대하여 직접 관찰하고 확인된 자료를 근거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겐치겐부츠(見地見物)은 생산, 판매, 연구 개발 등 모든 부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도요타의 필수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찬가지로 클레이튼 크리슨텐슨 교수 역시 고객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핵심적인 수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하였다.

린 스타트업 역시 창업자들이 책상에서 벗어나 시장을 직접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잠재적인 고객들과 끊임없이 접촉하여 기회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는 것이야말로 벤처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준비하느라 시간과 자원을 허비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응답하였다.사실 벤처 기업이 초기의 계획과 일치하는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기란 매우 어려우며, 대부분은 창업 후 생존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시기를 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Jeff Bezos) 역시 기존에 수립한 비즈니스 모델이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많은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제품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애플은 모토로라와 공통으로 만든 락커(Rokr) 휴대폰으로 참담한 실패를 맛보자 이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아이폰이라는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인터넷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Paypal)을 세운 맥스 레브레친(Max Levchin)과 피터 씨엘(Peter Thiel)이 회사를 설립하고 만든 첫 제품은 팜 파일럿(Palm Pilot)에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하는 보안 소프트웨어였다. 그러나 당시 PDA 등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이 제품은 큰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인터넷에서 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전송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이를 통하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오늘날 소셜 네트워크의 열풍을 가져온 트위터 역시 벤처 기업 오데오(Odeo)가 제공하는 팟캐스팅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자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것이다.

온라인 신발 판매 기업 자포스(Zappos)의 전신인 슈사이트닷컴(shoesite.com)의 창업자 닉 스윈먼(Nick Swinmurn)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도 신발을 기꺼이 구매할 것이라는 가설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물류 처리 및 재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인근 지역의 신발 가게에서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신발을 자신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를 통하여 그는 자신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였고 이후 사업을 꾸준히 확장할 수 있었다.

벤처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본질적으로 실패의 위험이 더욱 높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벤처 기업은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과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에 나서는데, 사실 대부분의 혁신은 대중 전반에 걸쳐 포괄적으로 수용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스마트폰의 전신인 PDA는 일부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고, 태블릿 PC 역시 애플의 아이패드가 등장하기 한참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기업들이 먼저 유사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최악의 발명품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사실 실패에 대한 위험을 줄이려는 전략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각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러 대안에 조금씩 투자하여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수 있는 리얼 옵션(Real option)도 실패의 부담을 낮추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따라서 린 스타트업 역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의 범주에서 이들 전략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기업들이 기밀을 유지하기 위하여 조용히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 후 공개하거나, 혹은 출시 전 일부 선택된 고객들에게 공개하여 부분적인 성능을 시험하고 대중의 기대 심리를 끌어 올리기 위한 베타 테스트(Beta test)를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은 핵심 기능으로 구성된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여 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제품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도 증가하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기 힘든 제품을 늦게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더욱 큰 손해를 초래하므로, 차라리 초기에 빠른 수정과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린 스타트업에서는 전망이 불투명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많은 벤처 기업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고객의 잠재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벤처 기업들이 모호한 가설과 추측에 의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실패를 겪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실험으로 고객과 접촉하는 빈도를 높임으로써 기존의 가설을 빨리 검증할 수 있는 린 스타트업이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루폰(Grupon)을 설립한 앤드루 메이슨(Andrew Mason)은 사람들이 혼자 풀지 못하는 문제를 집단 지성으로 풀 수 있는 더 포인트(The point)라는 플랫폼 사이트를 창업하였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따라서 그는 2008년 새로운 회사 이름을 그룹 쿠폰에서 따 온 그루폰이라 이름 짓고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한정된 물건을 싸게 파는 실험을 해 보았다. 뜻밖에도 이러한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루폰은 승승장구하여 전세계 375개 도시에서 서비스되는 등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수 있게 되었다.

경영학자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완벽한 분석에 기반하는 의도적 전략보다 시행 착오를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는 창발적 전략이 실제로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오토바이 기업 혼다(Honda)는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이 지배하고 있었던 미국의 대형 오토바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더불어 설상가상으로 오토바이의 엔진과 클러치에 심각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어 오토바이를 판매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혼다 직원들이 대형 오토바이와 함께 들여 온 50cc 소형 오토바이 슈퍼컵(Super Cub)을 타고 다니는 것을 본 사람들은 예상밖으로 혼다의 슈퍼컵을 열광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혼다는 전략을 수정하여 소형 오토바이 판매에 집중하였고, 결국 미국 오토바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벤처 기업만이 아니라 대기업 역시 린 스타트업을 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주목하고 있다. 인튜이트(Intuit), 퀄컴, GE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기 위하여 린 스타트업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여러 기업들도 린 스타트업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벤처 기업과 성격이 다른 대기업에게 린 스타트업은 그다지 적합한 전략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험하기 보다는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관성이 강하다. 또한 대기업은 투자 규모와 기간이 큰 대규모의 프로젝트에 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그대로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와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혁신이 진행되면서 대기업 역시 기존 경영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린 스타트업을 통하여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GE는 2010년 자사에서 개발된 새로운 배터리의 성능과 잠재력을 확인하였지만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양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GE는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시장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연구를 진행하는 등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결과 GE는 데이터 센터 등 초기에 목표로 설정한 고객 대신 신흥국의 휴대폰 제조 기업에 제품을 판매하기로 전략을 수정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또한 인튜이트 역시 인도의 농부들이 곡물을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하여 정확한 거래 시세를 알고 싶어한다는 가설을 세운 후, 제품을 만들기에 앞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제작하는 등 린 스타트업을 통하여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후 인튜이트는 시장 가격을 문자메세지로 알려주는 파살(Fasal)이라는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인도에 출시하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많은 기관 및 단체들이 린 스타트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 및 지방 정부의 여러 기관들은 린 스타트업을 활용한 정책 개발을 연구하고 실무에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서는 린 스타트업을 활용하여 기초 과학 연구의 성과물을 상업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또한 스탠포드를 비롯하여 버클리, 콜롬비아 등 미국 전역의 20여개 이상의 대학들도 관련 강의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하는 등 린 스타트업은 학계에서도 중요한 경영 전략의 하나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케이스 위주의 고전적인 경영 수업을 고집해 온 하버드 대학 역시 린 스타트업을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학생들이 소규모로 팀을 꾸려 실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FIELD(Field Immersion Experiences for Leadership Development)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아직까지 린 스타트업의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투자와 창업, 그리고 자금 회수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실리콘밸리 고유의 벤처 생태계에 적합한 전략이므로 대다수 기업들에게 린 스타트업을 적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고객들은 시간과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새롭고 뛰어난 아이디어에 기반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특징이 생소하고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실패를 거듭하게 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검색 엔진, 페이스북 등 여러 제품들 역시 기존에 존재하였던 유사한 제품에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더함으로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기업의 성패란 제품과 서비스의 특성과 더불어 다양한 외생적 변수에 의하여 결정되며, 때로는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일관된 전략을 추진할 때 성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디즈니(Diseny)와 3M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에 숱한 실패와 부진을 겪었지만 이를 딛고 꾸준히 전략을 추진한 결과 마침내 성공한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따라서 린 스타트업의 주장과 같이 비용 절감과 빠른 실행에 얽매인다면 본래 구상하였던 비즈니스의 목적을 상실하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표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마크 안데르센(Marc Andreessen)은 린 스타트업을 잘못 적용하면 실패를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이를 철저하게 분석하기 보다는 간과할 위험이 높아져 성공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또한 마크 안데르센과 벤처캐피탈 기업 안데르센 호르위츠(Andreessen Horowitz)를 설립한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역시 린 스타트업과 같이 자본 투자에 인색한 경영 전략이 벤처 기업의 성공에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밖에도 린 스타트업이 기본적으로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IT 기반의 비즈니스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환경, 바이오 등 다른 산업의 비즈니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의 상황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결과물의 가치가 더욱 큰 파급 효과를 가지는 산업에서는 이러한 린 스타트업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하루 아침에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오랜 전통을 지닌 기업조차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조차 끊임없이 위기를 강조하면서 기존에 성공적이었던 비즈니스를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수의 유능한 내부 직원에 의지하는 혁신적인 제품들은 시장의 관심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또한 과거에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전략에 깊은 애착을 지닌 경영진들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대가를 더욱 크게 키우는 경향이 높다. 그러므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불투명한 가설을 현장에서 빠르게 검증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이 원하는 혁신을 추구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린 스타트업은 날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흔히 혁신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목표 아래 급진적인 추진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상을 뒤흔든 많은 제품들은 초기에 등장한 이후 지속적인 개선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완성될 수 있었다. 따라서 고객에 대한 관찰과 학습을 꾸준히 지속할 때 성공적인 혁신을 이룰 가능성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물론 경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모방과 고유 기술의 유출 등 여러 단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시장의 움직임을 읽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때로는 더욱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선점 효과가 큰 비즈니스의 경우 신속한 제품 출시와 고객의 새로운 수요 탐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린 스타트업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낸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자원의 70%를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제품 개선에 투입하고 20%를 기존 비즈니스를 연관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활동에 이용하는 반면, 위험이 높은 새로운 시장 창출 및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는 단 10%를 투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혁신적인 활동은 역으로 전체 수익의 70%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에릭 리스를 비롯하여 린 스타트업을 옹호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린 스타트업의 도입이 사내의 기업가 정신을 새롭게 불어 넣을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혁신적인 기업으로 각광받던 기업들도 성장할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보다는 기존의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려는 태도가 강해지고, 이는 파괴적 혁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들의 공세에 대한 방어를 더욱 어렵게 한다. 특히 시장과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오늘날 경영 환경에서는 급진적이고 기발한 모험을 추구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 활용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은 항상 선형적으로 나아가지 않고 때로는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새로운 상품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뛰어난 통찰력조차 그대로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시장에 너무 늦게, 혹은 너무 빠르게 뛰어들기도 하고 혹은 주변부에서 등장하는 희미한 혁신의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시장에서는 많은 성공과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적의 타이밍과 기회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은 반복적인 관찰을 통하여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통하여 숨겨진 기회를 찾는 데에 주력해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린 스타트업은 이러한 노력을 가시적인 성과로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등 기업들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경험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실행 중심의 빠른 추진력을 강조하는 린 스타트업 역시 이들 전략의 보완적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벤처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린 스타트업이 모든 기업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린 스타트업 역시 독특한 강점과 더불어 적용 과정에서 나름의 어려움과 한계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린 스타트업을 자사의 상황과 현실에서 유연하게 해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급진적인 변화가 시작되거나 기술의 진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산업, 혹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린 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기대와 달리 두드러진 성과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1위의 콜라 기업 코카콜라는 경쟁 기업인 펩시의 도전이 거세지자 1985년 단맛을 더한 뉴 코크(New Coke)를 출시하였으나 고객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 그리고 이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더군다나 일부의 지적처럼 시장의 반응을 신속히 알고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는 것은 자칫 실패를 거듭하고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 올 위험도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은 린 스타트업을 도입하기에 앞서 산업의 특성 및 시장과 자사에 미칠 영향력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새로운 전략의 도입에 앞서 초기에 수립한 비전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품과 고객, 그리고 시장에 대한 유연한 대응은 필수적이지만, 애초에 수립하였던 비전의 의미마저 상실한다면 어떤 훌륭한 전략을 도입하더라도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의 설립 목적과 방향이 확고하게 수립되어 있을 때 린 스타트업의 추진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대를 품고 야심 차게 추진되어 온 혁신들이 문화와 제도 등 이를 수용하는 인프라의 한계에 가로막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MIT의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교수 역시 현실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의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린 까닭에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끝날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려는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식스시그마(Six sigma)나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등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기업들의 찬사를 받으며 꾸준히 등장하였지만, 실제로 이를 통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상당수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꼼꼼한 준비가 미흡하였던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크고 복잡할수록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린 스타트업 역시 기업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업종과 규모를 막론하고 혁신을 갈망하는 많은 기업들의 반짝 유행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기업 구성원들의 린 스타트업 추진을 위한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여러 현안과 갈등을 포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 마련도 필요하다. 또한 가용한 자원의 충분한 제공과 더불어 경영진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 및 꾸준한 관심이 린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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