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의 작품전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안진의 작품전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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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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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ime of Flowers 1322, 91x61cm, 장지에 석채 혼합재료, 2013

[파이낸스투데이=중소기업&소상공인 전문지] <꽃의 시간>이라는 테마로 한국화가 안진의 작가의 27번째 작품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른 나뭇잎과 야생화들을 오브제로 이용한 새로운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의 주재료로 쓰이는 석채(石彩)와 자연물 오브제는 독특하고 입체적이며, 동시에 가장 가는 붓으로 그리는 섬세한 필선은 정교한 운율을 만들어 내고, 아름다운 색채의 조화는 눈부신 신비를 전한다.

캔버스 위의 마른 야생초들은 하얀 수정 가루에 덮여 마치 화석(化石)이 된 것처럼 보이나, 작가의 섬세한 손길에 의해 다시 생명을 얻고 화면 위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새로이 그려지는 꽃들과 화석처럼 남아있던 꽃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화면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조화로울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담는다. 동시에 세상의 모든 죽음은, 마음의 창으로 바라볼 때 생환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역설을 담고 있기도 하다.

<꽃의 시간>은 꽃을 통해 기억하는 우리의 수많은 감정들을 일깨운다. 사랑, 행복, 연민, 포용, 거짓 혹은 진실, 믿음, 순수, 노여움, 질투, 언약과 같이, <꽃의 시간>은 이러한 영혼의 감정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가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그 향기를 고스란히 내어준다는 것이다. 세상의 시간은 쉼 없이 흐르지만, 우리의 기억에 자리하는 꽃의 시간은 붙잡을 수 있다는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 번민을 버리고, 소중한 감성을 일깨우게 된다.

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색채전공으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민국 미술인상 청년작가상을 수상하였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위로와 치유의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안진의 작가의 전시는 인사동 쌈지길 건너편에 위치한 스페이스 이노에서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린다.


스페이스 이노 초대, 안진의 展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2013.10.30. Wed - 11.12 Tue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2층 스페이스 이노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쌈지길 건물 맞은편
Tel. 02-730-6763 www.spaceinno.com
개관 오전 11시 ∣ 폐관 오후 7시 ∣월요일은 휴관
기획: 관장_장준석, 큐레이터_손용민

The Time of Flowers 1301, 22x22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3

작가 간단 약력

안진의 Jinee Ahn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동대학원 색채전공 미술학 박사∣개인전 27회∣1992년 중앙미술대전 특선, 199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99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2011년 대한민국 미술인상 청년작가상, 2013 미술세계 작가상(입체부문) 수상∣2012 코리안아이 (페어몬트 호텔,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이스탄불 아트페어 (The Tüyap Fair and Convention Center, 터키) 外 단체전 200여회∣국립현대미술관, 성곡미술관, 포스코 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청와대 外 작품소장∣http://blog.naver.com/jineeahn E-mail : jineeahn@chol.com 010-3745-0734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2층 Tel. 02-730-6763 www.spaceinno.com


전시회 서문

화석이 된 시간 속에 태어난 꽃들의 흔들림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안진의에게 꽃은 영원한 주제다. 그녀에게 사계(四季)는 꽃의 숨소리와 함께 다가오고 물러난다. 그 계절의 어김없는 방문과 “다시 찾아오마.” 하는 절대로 깨지지 않은 약속은, 안진의에게 “화력(花歷)”이 된다. 해와 달이 우주를 도는 시각, 그녀의 눈길은 꽃들의 몸에 스며들고 그녀의 붓과 캔버스에서 꽃들은 새로운 말과 표정을 얻는다.

화가는 순간을 영원으로 포착하고, 침묵을 발언으로 탄생시키며 미처 눈 여겨 보지 못했던 것을 새삼 주시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익숙한 풍경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고, 부재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갑자기 발견하게 된다. 바로 그렇게 안진의도 우리를 친숙하면서도 낯선 자리로 초대한다.

그녀는 우리에게 꽃이 그저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특별한 자리를 찾아 움직인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안진의의 그림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정물화가 아니다. 꽃들은 소리 없이 춤을 추고 다시 보면 어느새 이만큼 자라나 있으며, 그 사이에 또 다른 꽃들이 여백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이번의 그림들은 매우 독특해져 있다. 무공해 자연의 맑은 기운이 무엇보다도 그득하다. 화폭에도 여유가 흐른다. 그것은 무언가를 비운 뒤에 저절로 채워진 축복처럼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햇빛과 산소와 시간이 캔버스 위에 만들어낸 꽃들의 잔해가 사멸하지 않고 다시 살아 있는 꽃이 되어, 그녀의 꽃들과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안진의가 이번에 시도한 작법은 마른 꽃이나 야생초들을 캔버스에 그대로 내맡긴 것이었다. 마른 꽃과 잎들은 화석(化石)이 되어갔다. 그리고는 그저 “흔적”으로만 존재하는 듯 했다. 복구될 수없는 생명의 자취였고, 시간이 스쳐지나간 과거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애초에 그것은 질료의 변화를 탐색해보는 방법론적 실험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변모한 캔버스에 그녀의 섬세한 손길이 닿자, 화석은 더 이상 화석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의 무덤에서 살아 돌아와 자신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면서, 지금 태어난 꽃들과 어울려 영원한 존재로 화폭에 자신을 담아내고 있다. 애초에 어느 것이 화석이고 어느 것이 새로이 그려진 생명인지 구분도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그림들은 단순히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이미 생명을 잃거나 또는 사라져간 것들이 자연의 유품(遺品)처럼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생환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더는 앞으로 진전할 수 없는가 하며 고뇌했던 안진의가 몸에 힘을 빼고 긴장을 놓아버린 채 시간 속에서 편안하게 유영하자, 죽음이 없는 영원으로 들어서는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그림은 그래서 보는 이들에게 희망을 더욱 구체화해줄 것이다. 우리에게 죽은 것들은 없다. 단지 그렇게 여기고 있을 뿐이다. 기억이 사멸한 것들을 살아 있는 존재로 불러내는 것처럼, 그녀의 그림은 시간의 저편을 건너간 것들에게 생명의 빛깔을 입힌다. 슬럼프라는 수렁에 빠져든 것이 아닌가 하며 힘들어 하던 그녀가, 도리어 그 바닥의 깊은 심연에서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꽃이 되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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