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축구 재림이라고 하지만 나는 번개축구라고 부르고 싶다. 골킥에서 득점까지 딱 16초 걸렸는데, 상대팀 수비조직의 공간을 파고드는 역습이 컨셉이다. 성공요인은 왕성한 운동량과 정확한 볼컨트롤에 기반한 공격전환 패스.
윤정환도 인정하듯 K리그는 힘과 기동력이 좋지만 패스 전개에 둔탁한 부분이 있다. 이런 수준이라면 점유율도 큰 의미가 없는데 그 대안을 오늘 울산이 제시한 셈이다.
여러 사람들이 답답해하듯 한국대표팀은 끈적끈적한 팀을 상대로 더럽게라도 꾸역꾸역 이기는 법을 잘 몰랐다. 여기에 점유율의 신화가 덧붙여지면서 비경제적 축구의 한계를 노정하고 했다. 윤정환은 더럽지 않게 이기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백4는 단단한 조직력 위에서 가동하며(상대가 지칠 때까지 정동호 임창우로 구성된 좌우 측면수비의 공격가담 자제) 좌우 공격형 미드필더들 역시 협력 수비에 가담한다.(김태환과 따르따의 엄청난 운동량) 시종일관 공수간격을 40미터 이내로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 하성민과 마스다로 구성된 중원의 공수연결은 1라운드에서 본 6경기 가운데 최고다. 여기에 제파로프의 창조성과 양동현의 결정력까지.
2015 K리그 시즌은 뚜렷하고도 대조적인 컬러를 지닌 두 클럽에 의해 견인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강희표와 윤정환표 축구. 두 팀이 붙으면 가히 용호상박일 것이다. 강력한 수비조직에 번개같은 역습능력을 내세우는 울산현대는 ACL의 부담에 시달리는 전북현대에 비해 체력을 비축할 여유가 있다. 전북은 울산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고 모기업의 지원이 우세하다. 그 기운을 받아 4-1-4-1이라는 일찌기 보지못한 공격축구를 시전하고 있는 참이다. 김태환의 좁은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다면 그리하여 원터치 패스로 공간을 뚫고 상대수비가 정신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골이 터진다면(김신욱이라면 가능) 울산의 번개축구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