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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신태용호의 경기력과 잠재력
 大macho
 2015-04-02 07:47:25  |   조회: 8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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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2 대표팀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2016 AFC U-23 챔피언십 지역예선 H조에서 3전 전승에 12득점 무실점의 전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고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본선대회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는 갑작스럽게 감독이 교체된 U-22 대표팀의 첫경기인데다 신임 감독이 팀빌딩할 시간이 열흘도 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 맞는 시합이었는데 감독의 전략이 적중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었다. 

이번 대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A매치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한국축구의 장래에 미치는 영향은 대표A팀의 경기보다 심중했다. 만약 신태용호가 자카르타에서 실족했다면, 지난 1월 아시안컵 선전으로 벌어놓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호감이 파쇄되었을 것이고 2015 K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드러난다고,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당했다고 가정하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 무산은 물론 이 연령대 선수들의 좌절감은 한국 축구에 부정적인 유산으로 작용했을 것이었다.

신태용은 말로는 이광종 감독의 유산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로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를 구사하며 한국을 잡아보려고 절치부심하던 인도네시아 아지 산토스 감독의 팀을 4-0으로 아작내고 후련한 승리를 거두어 오늘 아침 귀향한다. 인도네시아 u-22팀을 현지에서는 GARUDA MUDA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가루다는 인도네시아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초거대괴조로서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의 심볼로 쓰이고 있나보다. 그 이름과 달리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체구와 사이즈는 매우 왜소하다. 신태용은 이런 인도네시아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국내에 u-22 대표팀 경기를 중계하지 않아 신태용호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은 인도네시아 RCTI에서 중계한 3.31 경기가 유일하다. 인도네시아와의 1위 결정전을 앞두고 한국 u-22팀은 1차전에서 브루네이를 5-0으로 제압하고 2차전에서 동티모르를 3-0으로 이겨 득점 8점을 거두고 7득점에 그친 인도네시아를 1골 차로 따돌리고 조 1위였는데, 아지 산토소는 주전선수들의 부상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상쇄해보려 정상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인도네시아 u-22팀의 경기력은 인터넷에 올라온 시리아(0-3) 말레이시아(1-0 ) 베트남(0-1)과의 평가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월 초부터 꾸준히 선수들을 소집해 조직력을 다진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태국에서 열린 2015 킹스컵에 출전한 한국 u-22팀의 전력을 탐색해 선수들을 선발했다. 이광종이 급히 귀국한 상황에서 수석코치 최문식이 지휘한 태국 전과 이번 대회 인도네시아 전에 나온 라인업을 비교하면 센터백 연제민의 파트너가 송주훈에서 정승현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이우혁이 이찬동으로 바뀌었고 좌우날개를 장현수와 안현범으로 갈아끼웠다.

아지 산토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팀은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몇몇 선수들의 부상으로 구상을 이탈했다. 김현을 막아보려 키운 센터백 25Jajang Mualanta(185cm)와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여긴다는 플레이메이커 6Evan Dimas(167cm)가 빠진 상태에서 한국을 맞아야 했다.

에반 디마스는 2013.9 자카르타에서 김상호가 지휘하던 한국 u-18팀을 상대로 3골을 넣으며 축구신동으로 떠받들리는 존재인데, RCTI 의 중계진은 연신 한국을 상대로 햇트릭을 달성한 선수라고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중계의 해설자가 내 기억에 있는 쿠르니아완인데, 그는 최용수와 윤정환이 한국 올림픽팀에서 활약할 때 인도네시아 팀 공격수였다. 현지에서는 유럽에 유학한 선수라며 대단한 존재로 떠받들었지만, 비쇼베츠호의 인도네시아 원정 결과는 2-0 승이었다. 엊그제 경기도 그 때를 연상케 하였다.

데이터에 나온 한국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81.6cm. 신태용은 의도적으로 u-22팀 중에서 신장과 체격이 좋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16Hasamu Pratana(184cm)GK를 제외하고는 모두 170 전후의 작은 체구였다. 평균신장에서 10cm 가까이 차이가 났는데, 이런 피지컬의 우위를 활용해보겠다는 게 신태용의 전술이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긴패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허둥대었다. 특히 골키퍼의 공중볼 장악력이 형편없었다. 그래도 전반전에서 김현에게 집중되는 크로스를 협력수비하면서 한국의 공격루트를 끊는데 성공했지만 또 다른 장신 정승현(188cm)에게 뒤를 털렸다. 한국의 센터백 정승현은 전반 17분 인도네시아 문전에 효과적으로 침투하면서 골문을 열었지만, 심판은 인도네시아 수비수가 반칙을 당했다며 무효 선언해 선제골의 기회를 놓쳤다. 김현은 37분 이창민의 코너킥을 헤딩하여 득점하는가 했지만 인도네시아 수비수가 걷어냈다. 전반전은 대체로 한국의 점유율이 우세했지만 골 찬스는 이 두 개가 전부였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신태용은 안현범을 김승준으로 교체하면서 공격수의 숫자를 늘렸다. 4-2-3-1에서 4-4-2로 대형이 바뀌면서 김현과 김승준 투톱이 인도네시아 수비진을 묶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틈을 정승현이 파고들어 선제골을 작성했다. 선제골의 출발점도 이창민의 코너킥에서 시작되었다.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볼을 장현수가 잡아 크로스하고 그 볼이 셋트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연제민의 머리를 거쳐 인도네시아 골키퍼 손에 닿았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정승현의 발 앞에 떨구었고 정승현이 실수없이 차넣었다 

두번째 골은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이 넣었는데, 판타스틱 패스 플레이에 이은 논스톱 감아차기 슛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선수들은 인도네시아 문전을 초토화시키면서 세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 날의 히어로 이찬동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동해 절묘한 크로스를 찔러주었고 이 볼을 김승준이 논스톱으로 꽂아박았다. 이 날 경기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었다. 신태용은 체력이 소진된 김현을 빼고 이한도(186cm)를 투입해 인도네시아 중앙수비를 계속 압박, 이는 인도네시아의 수비형 미드필드와 센터백 사이의 공간을 텅 비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창민이 이 공간을 여지없이 파고들며 후련한 중거리포로 인도네시아를 완전히 무릎 꿇렸다. 

인도네시아로서는 통한의 참패였다. 한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면 승점 7점으로 안정적인 조2위를 확보하고 본선참가를 확정지을 수도 있었지만 정공법으로 나선 것이 4골 차 대패로 이어졌고 그 때문에 조2위 중 상위 5개팀에 주어지는 티켓도 놓치게 되었다. 승점 7점인 태국은 본선 진출이 유력하고, 승점 6점에 그친 다른 조의 팀들과 득실차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3)가 이란 베트남 예멘 우즈벡(모두 +5 이상)에게 뒤져 가망이 없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B조를 감안하면 우즈벡도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에 1골 차로만 졌어도 카타르에 갈 수 있었을 텐데...아지 산토스와 인도네시아 축협은 시쳇말로 좆돼 버렸다. 후련하다. 동남아 주제에 한국 축구를 우습게 보면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참사를 신태용호가 잘 시전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카타르의 본선을 앞두고 8개월 이상 준비할 시간을 확보한 신태용호의 장래는 어둡지 않다. 선수 자원은 분명 2012년 올림픽 때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K리그의 야심찬 신예들이 신태용의 눈에 들기 위해 부지런히 기량을 연마할 것이라고 믿는다. H조 예선에서 뛴 선수들 중에 꽤 많은 선수들이 그런 경쟁의 과정에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출전 엔트리에 22세 이하 선수들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K리그의 규정이 바뀐 것으로 안다. K리그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u-22팀의 주력으로 자리잡는 것은 먼 비행을 감수해야 하고 소집할 기회조차 별로 없는 해외파 선수들로 팀을 빌딩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2015-04-02 07: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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