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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월드컵 유치 무산,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보아야 한다.
 大macho
 2015-03-20 08:16:13  |   조회: 8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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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2시20분, FIFA 회장 블래터의 입술은 'France'를 발음하기 위해 벌려졌다. 재수없는 색휘..

정몽규 회장은 2017 FIFA U-20 월드컵의 뒤를 이어 2018년에는 여자 U-20 대회, 2019년에는 여자 월드컵까지 3년 연속 FIFA 대회를 개최하게 되면 한국이 세계축구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왜 한국에서만 3년 연속이란 말이냐라고 반발할 것임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여자축구대회에 대한 관심이 남자대회에 비해 초라해 유치희망국이 별로 없는 현실일지라도 같은 나라에서 3개의 FIFA 대회가 연달아 열린 전례가 없다는 것을 간과했다. 뒤늦게 분위기 파악하고 대륙별 순환개최의 당위성을 들고나왔지만 연속개최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후문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2년 전 정부의 지원을 받지않는 조건으로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성사한 바 있다. 300억원은 드는 비용을 순전히 KFA의 재정으로 해결하겠다 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수준급의 축구장 시설을 갖추었고, 2017년에 FIFA U-20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는 지자체가 9개나 되어 6곳이면 충분한 경기장과 숙박 등 관련시설을 특별한 부담없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축구협회는 일부 참가선수팀의 체류비와 교통비 정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자체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FIFA 대회를 2번이나 더 연속개최하게 된다면 KFA의 재정은 거덜나게 될 것이고, 결국 정부에 손 벌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07 대구육상대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수백억~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 때문에 인천시의 긴축재정은 K리그 클래식의 인천유나이티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올해에는 또 광주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 문경에서는 CISM국제군인체육대회가 열리는데, 정부 재정지원이 빈약해 골머리를 앓고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내년인지 후년인지 광주에서 국제수영대회란 것도 열리는 모양인데, 시장이란 자가 국무총리의 인장까지 도용해 유치해놓고는 정부에 손 벌리고 있는 판이다. 생각할수록 어이없다. 문경CISM대회는 선수촌을 짓지못해 4인 수용 컨테이너박스로 해결할 구상이라는 소식도 있다. 여기에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돈 들어갈 일이 이리도 많은데 여자축구대회 한다고 정부에 손을 벌리게 된다면 축구협회에게 쏠리는 눈총이 따가울 것임음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정몽규 집행부가 2019 여자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이 빈약한 점도 있었겠지만, FIFA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도 뺄 수 없다고 본다. 2017 FIFA U-20 월드컵 때 경기 개최를 희망하는 지자체들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기미가 안 보이니 핑계 좋게 3개 대회 연속 개최는 불가 딱지를 놓고 프랑스에 유치권을 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왕 이리 된 것, 축구협회는 2017년 9월로 예정된 U-20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여건은 상당히 좋다. 2018 FIFA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국내에서 벌어지는 세계대회인지라 월드컵의 후광을 받을 수 있고 재목도 근래 보기드문 월척급들로 넘치는 이 또래 선수자원이다. 2017년에 20세가 되는 백승호를 비롯해 19세인 이승우 장결희도 대기하고 있고 내가 보기엔 이들보다 나으면 낫지 절대 뒤지지 않는 18세의 김정민도 빠질 수 없다. 또 축구협회가 꾸준히 육성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에 의해 기본기가 좋아진 K리그 주니어 출신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2017년 FIFA U-20/Korea는 생각만 해도 설렌다. 올해 고3이 되는 K리그 유스클럽 선수들은 너나없이 이 대회 출전을 목표로 기량을 갈고닦을 것으로 예상되는바 축구협회 청소년 전임지도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좋은 선수들을 골라내야 할 것이다.

정몽규 회장 본인에게는 4월20일 예정된 아시아 몫 FIFA 집행위원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한국축구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는 데 책임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통일이 되면 한국은 FIFA에 세계대회 개최의 당위성을 호소할 기회가 올 것이다. 축구만큼 분열된 남북의 주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수단이 없고 남북주민의 소원한 감정을 결집시키는 데 남북단일팀처럼 효과적인 사회적 기제도 따로 없기 때문에 FIFA로서도 한국의 간절한 소원을 매몰차게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대륙의 궁벽진 곳에 있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보면 먼 곳이며 잇속에 밝은 FIFA에서 보기에도 큰 매력이 없지만, 축구를 통한 인류화합이라는 기치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는 FIFA가 남북통일 될 때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5-03-20 08: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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