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을 톱으로 세우는 플랜A는 2선의 선수들이 지능적인 공간 창출만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데, 오늘 손흥민은 계륵이었다. 당최 동료와 패스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개인 돌파로 풀어가려 했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팀도 감사합니다를 연발할 것이다. 오늘 승리는 정말 운이 따른 것이었고 그 운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잘해야 비겼을 경기다.
후반전 3명의 선수를 교체투입해 동점골과 결승골을 뽑은 것은 감독의 능력이라 하겠지만, 그보다 주공 루트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였다. 행운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플랜A를 가동해 선제골을 뽑고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급한 상대가 수비선을 끌어올리는 틈을 타 정확한 패스로 추가골을 노리는 것이 플랜B가 아닌가.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자가 강자라는 격언은 의도한 바가 맞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꾸역꾸역 이기는 게 명장이라고 쉴드치기에는 슈틸리케의 축구는 내용이 부실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