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가 블래터의 재선을 축하하자 그 다음날 바로 블래터의 자진사임...
아무튼 재미있네요. 블래터는 UEFA 내의 친블래터 인사를 후임총재로 밀 것이고 반 블래터세력(유럽축구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이긴 하겠지만 이들 역시 진정한 FIFA 내 개혁론자라고 할 수는 없을듯)은 월드컵이 창출하는 이권을 블래터로부터 접수하려 하겠지만 자기들끼리의 내분과 자중지란으로 단일후보를 세우기가 어려울 것이고...
블래터의 자진사퇴는 반블래터 세력이 단일후보를 낼 수 없다는 약점을 간파한 승부수입니다. 니들이 나만큼 할 수 있으면 해봐 이거죠. UEFA 역시 제 3세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완고하기 짝이 없는 수구세력이고 블래터의 전략인 FIFA의 수익을 증대하여 그 성과를 약소국에게 분배하고 대신 회장직을 얻는다는 표퓰리즘을 대체할 비전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형편이니까요.
UEFA 입장에서 볼 때, 제3세계가 월드컵에서 셰어를 더 요구하는 것은 한국축구로 하여금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같은 나라들과 SUZUKI CUP에 의무적으로 참가하게 해서 월드컵 때문에 UEFA의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나라들이 한국 축구를 이기는 날에는 국경일이 되겠지만 한국은 이겨봤자 흥이 날 리 없고 지기라도 한다면 그 재앙과 휴유증이 오래 갈 테니까요. 이탈리아가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에게, 2002년 월드컵에서는 남한에게 패했지만 유럽인들이 아시아 축구에 대해 진심으로 존중합니까?
제가 보기에는 제 3세계의 축구 역시 순결하고 정의로운 존재라고 하기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축구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노력보다는 어떻게든 FIFA와 월드컵에 기생하려는 게 그들의 심뽀가 아닙니까. FIFA의 발전은 각국 프로축구, 근본적으로는 풀뿌리축구의 발전이 기반입니다. 월드컵을 통해 내셔널리즘을 발산하는 데 카타르시스 느끼고 또 이를 악용하는 정치집단들이 자국의 풋볼리그, 풀뿌리축구의 발전보다는 정권의 유지에나 관심을 갖는다면 지금의 이 꼴을 면치 못합니다. 정의감 넘치는 개인들이 집단화될수록 타락하며 마침내 도덕의식의 마비현상을 보인다는 이론을 FIFA에서 전형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블래터가 궁여지책으로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정몽준이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정치학 박사 출신인 정몽준이 한국 축구만의 이익이 아닌 지구촌 축구의 발전을 위해 그의 게임을 할 마당이 펼쳐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축구판을 떠나 한국 국내 정치에 뛰어들었던 정몽준이 여전히 축구에 진심어린 애정을 갖고있다면 말이죠. 블래터는 정몽준을 축출하면서 종신 명예부회장이란 감투를 씌워주었죠. 권력 행사는 생각도 말고, 명함이나 들고 다니라는 뜻이죠. FIFA의 반블래터 세력이 정몽준에게 감투를 벗기고 어드바이스를 듣겠다며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어쨋든 블래터는 그간 피파를 키운 공로가 있더라도 카타르 월드컵 개최나 부패 스캔들로 투명하지 못하고 부패한 단체라는 이미지도 함께 남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