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게시판
나는 아무튼 야구는 절대 안 봅니다. 재미도 없지만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요.
 1111
 2015-05-16 00:56:44  |   조회: 4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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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룰을 조금 알기는 했는데 안 보다 보니 이제 까먹었습니다.

내가 야구라는 스포츠를 처음 본 것이 최동원이 투수하고 김성한이 타자로 나오던 고교야구대회였는데 그게 아마 1975년인가 그랬습니다. 주심이 스트라이크라고 요란한 제스쳐로 아웃 선언하는 장면이 기억나는군요. 근데 어떤 것이 스트라이크인지 어떤 것이 볼인지 도무지 구별이 안 가는 거였습니다. 직구니 커브니 포크볼이니 차이를 구별하기도 어렵죠. 공이 워낙 작으니까요. 끌어친다 밀어친다 이런 것도 뭐가 뭔지 알 수도 없고 결국 흥미도 잃었죠. 그저 볼을 쳐서 야수들이 잡아내지 못하면 안타, 담장을 넘기면 홈런 그 정도였습니다.

축구는 그 이전에 보았는데, 경기장에 가서 보는 것하고 TV 화면에서 보는 것하고 느낌이 판이했습니다. 볼이 없을 때 선수들의 움직임을 볼 줄 알게 되면 축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깨닫게 된다고 하죠. TV중계는 볼을 따라가고 볼 주변의 두어 선수들만 보여주는 것에 그쳐 제작진이 축구의 속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화면이 따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죠. 

한국은 비빔밥 문화여서인지 스포츠 중계에 전문성이 없이 TV중계가 시작되었죠. 어제 야구중계하던 그 중계차의 장비와 인력으로 축구 중계하러 가고 전날 고교야구 취재하던 기자가 다음날 축구대표팀 취재하러 나가는  그런 나라였으니까요. 결국 축구건 야구건 그 종목의 고유한 재미를 발견하고 말 그대로 탐닉하려면 어느 한 종목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여가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일하고 자는 것 빼면 4시간도 되지 않는데, 이 시간을 축구도 즐기고 야구도 좋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나는 요즘 유럽챔피언스리그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는 지경입니다. 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U-17 U-19 U-23 등 각급 국가대표팀 경기에 내가 졸업한 고교와 대학의 축구팀 경기와 관련 정보, 선수 근황을 검색하다보면 2시간이 후딱 갑니다. 나머지 시간은 먹고살고 가정을 위해 충전하며 써야죠.

축구는 굉장히 지능적이어야 잘 할 수 있다고 오래 전부터 절감하고 있습니다. 공이 나에게 올 때 위치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볼을 돌려놓아야 다음 플레이가 가능한지 호흡을 어떻게 조절해야 저 상황에서 치고 빠질 수 있을지 상대의 동작을 역이용하는 요령은 무엇인지 등등 개인전술에서부터 부분전술 팀 전술에 이르기까지 약삭빠르지 못하면 배겨날 수 없는 게 축구입니다. 그리고 육체가 격렬하게 부닥치기 때문에 피지컬과 운동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빛 보기 어려운 종목이기도 합니다. 축구의 내면이 자아내는 장엄한 인간 드라마는 다른 종목의 눈으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죠.

어떤 사람은 90분 뛰고 고작 한두골에 그치는 축구가 뭐 그리 재미있느냐고 합니다. 골이 많이 나오는 경기를 보려면 농구장에 가야죠. 축구는 팀의 공수 조직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득점하는지 그 과정을 감상하러 보는 운동입니다. 골 장면만 편집해서 요약하려면 축구장에 가면 안 됩니다. 시간이 그리 아까우면 축구를 왜 보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축구는 축구의 눈으로 봐야지 야구의 논리로 축구를 보면 그 해가 심각합니다.

축구에 비해 야구가 상업적으로 TV중계에 특화되어 있는 종목이라는 것 인정합니다. 한국사회는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의외로 많고 스포츠 문화의 저변도 유흥 문화에 비하면 빈약한 편이죠. 야구를 중심으로 편성되는 스포츠채널이라는 것이 현상유지에 급급한지라 새로운 시도보다는 손해나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개념으로 경영을 하는 탓도 있죠. 그런데 야구로 먹고사는 자들이 K리그는 재미없다고 대중에게 세뇌 각인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은 매우 의도적으로 퍼뜨린 공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풍토에서는 축구가 야구와 공존하기는 정말 힘겹죠.

제가 축구의 참맛을 깨닫고 의미있는 축구정보를 남보다 일찍 찾으려 노력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야구에까지 신경쓰느라 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것. 이건 축구팬으로서가 아니라, 평범한 생활인의 사는 요령이었습니다. 

 

 

2015-05-16 00: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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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야빨세 2015-05-16 12:50:05
실례지만 축구 스탯 사이트 사용하시는 곳 중에 좋은 곳 있으신가요

후스코어드 닷 컴은 자주 막히더군요

남산밑경찰관 2015-05-16 12:47:27
박카스 아줌마, 여기서 영업하시면 안됩니다...

1111 2015-05-16 11:22:56
oo//4시간씩이나 야구 처보다보면 똥구녕이 막히지 않냐?

ㅇㅇ 2015-05-16 11:13:58
아재 꼬추서요?

개빠따 2015-05-16 02:58:58
빠따는 너무 정적이여서 문자중계로 봐도 티비중계랑 별 차이를 못느끼겠더군요. 매 순간마다 선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되는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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